유임으로 받은 '위기 극복' 기회…내년 성적표 '주목'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올해 초 부임한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취임 직후 현 사장은 예기치 못한 당국과의 갈등이나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 사장은 내년 계획으로 '소비자 보호'와 '영업 강화'를 내세웠다.
현성철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즉시연금'문제로 금융당국과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올 초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상품과 관련해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재원을 공제했다는 분쟁에 휘말렸다.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민원인에게 미지급금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해당 결정을 생명보험업계 전체로 확대하면서 발생했다. 삼성생명도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전체 고객에게 과소지급한 금액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보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사항이라며 금감원의 권고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대응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도 피해자 소송비를 지원해주는 방침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8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서민금융 박람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 즉시연금 관련 재조사 의사를 밝혔다. 그에 앞서 지난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윤 원장은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재조사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시연금 사태 이후 삼성생명 전체 민원도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3분기 민원은 25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보유계약 10만 건을 기준으로 환산해도 10만 건당 민원은 9.30건에서 14.43건으로 크게 늘었다.
삼성생명의 올해 실적도 다소 부진하다. 3분기까지 순이익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974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928억 원 줄어들었다. 3분기만 떼놓고 봐도 당기순익 2975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975억 원 감소했다.
현성철 사장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해진 대표이사 임기는 3년"이라며 "올해 예정된 인사이동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실적이 부진한 데다 여러 대외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만큼 내년 성적표가 향후 거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성철 사장은 대내외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와 '영업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지난 4일 조직개편을 통해 고객지원실을 신설하는가 하면 영업본부를 개편해 전문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다양한 상품군을 내세우며 영업력을 키우기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중소형 보험사들이 내세우던 월 500원대 '미니보험'도 출시하면서 영업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약관상 해석이 문제가 된 암보험금과 관련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분쟁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업황 둔화와 국제회계기준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조직 안정을 위해 현 사장의 유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내년 금감원 종합검사가 예정돼있고 아직 즉시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리스크 극복과 실적 회복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