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에너지그룹 삼천리 수입차 신사업, 'BMW화재'로 '차질'

종합에너지그룹 삼천리가 수입차 판매 사업에 뛰어든 지 2년째인 올해 BMW 화재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지난 8월 영동고속도로에서 BMW 520d가 불 타는 모습. /더팩트 DB,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삼천리모터스 "AS 부문 강화해 악재 이겨낼 것"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연탄기업으로 시작해 종합에너지그룹으로 성장한 삼천리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수입차 부문에서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천리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외부 악재 탓에 출범 2년을 맞는 수입차 판매 사업이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천리는 수입차 사업 외에도 일찌감치 외식사업에도 진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삼천리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매번 실패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천리, 미래 먹거리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기대하며 수입차 시장 진출

삼천리그룹은 도시가스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삼천리는 2000년대에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에너지 사업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삼천리의 눈에 띄는 이색 사업은 먹거리 사업으로 2008년 SL&C를 설립해 중식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10년가량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들어서 겨우 흑자를 썼다.

외식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삼천리는 2016년 12월 수입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천리는 BMW 충청권 딜러사인 제이제이모터스(JJ모터스)를 인수했고, 이후 사명을 삼천리모터스로 변경했다. 당시 삼천리ENG가 153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취득했다.

대기업인 삼천리가 수입차 시장 진입한 것을 특별하게 볼 일은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 대기업이 진출하기에 용이하다"며 "초기에 높은 투자비용만 부담하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입차 판매를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금융사가 있는 기업은 자동차 판매를 할부서비스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는 효성, 코오롱, KCC정보통신 등 대기업이 딜러사로 진출해 있다. 효성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토요타, 렉서스를 코오롱은 BMW와 미니, 아우디, 볼보를 KCC정보통신은 벤츠, 재규어랜드로버, 혼다, 포르셰, 닛산, 인피니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지난 2016년 12월 JJ모터스를 인수하며 BMW 딜러사로 선정됐다. 사진은 삼천리모터스의 천안전시장 전경. /삼천리모터스 제공

삼천리는 수입차를 판매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압축천연가스(CNG)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짰다. 삼천리ENG는 수원, 군포, 부천, 인천, 광명, 안산 등 전국 10여 개 지역에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4500대의 천연가스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정부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시내버스 천연가스 차량 교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자동차 사업 노하우가 필요했다. 또 삼천리의 수입차 시장 진출은 자동차 연료가 휘발유·경유·LPG 등에서 전기로 넘어가는 산업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향후 전기 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전기차 충전소 등 향후 융복합 사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리모터스, 'BMW 화재' 이슈로 올해 판매량 급감

삼천리모터스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JJ모터스는 2016년까지 매출 600억 원 규모였지만 삼천리가 인수하면서 지난해 9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폭풍 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다. 'BMW 화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BMW 딜러사들의 판매량이 쪼그라들었고 삼천리모터스 역시 타격을 입었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BMW 서비스센터에 520d 차량이 점검을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의 올해 11월까지 등록 대수는 4만7569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5만2817대)보다 9.9% 하락한 수치다. BMW는 지난 4월 6573대, 5월 5222대, 6월 4196대를 판매했는데 화재 이슈가 본격화된 후 7월 3959대, 8월 2383대, 9월 2052대, 10월 2131대, 11월 2476대로 추락했다. BMW는 8월 이후 판매량이 2000대가량인데 이런 추세가 12월에도 이어지면 올해 5만 대를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BMW는 지난해 5만9624대를 판매했다.

삼천리모터스 역시 올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리콜 사태 이후 판매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판매량은 전년도 보다 2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부의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 내부 역량을 강화해 이익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등 AS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천리는 지난 1955년 삼천리연탄기업사로 출발해 지난 63년간 한국의 에너지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가 됐다. 연탄사업으로 회사가 커지자 1980년대에는 종합에너지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도시가스사업에 진출했다.

삼천리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건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삼천리 도시가스 사업은 지난해 2조48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여 년 전인 2005년 매출(약 1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1조 원가량 증가했다. 삼천리 도시가스 사업은 총 5963km에 이르는 국내 단일 기업 최장의 배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기도 13개 시와 인천광역시 5개 구의 306만여 가구에 연간 약 40억㎥의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삼천리의 지난해 도시가스 공급량은 전체 16.8%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명실상부 최대 사업자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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