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경영 복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유 있는' 베트남 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신 회장은 푹 총리와 만나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회장, 베트남·인도네시아 잇달아 방문…"동남아 공략 속도 빨라진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멈춰있던 '글로벌 롯데'의 시동이 다시 켜졌다. 발원지는 동남아시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소 두 달여 만에 베트남을 방문, 총리와 만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도 방문해 대규모 해외 투자 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동남아는 '기회의 땅'이다.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 여력이 다른 지역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경영 복귀 후 해외 첫 출장지로 동남아를 선택한 것을 보더라도 이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일찍부터 동남아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고 해당 지역 진출에 집중해왔다. 이번 신 회장의 베트남·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동남아 시장 진출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베트남 총리 접견…투자 사업 협력 논의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롯데의 베트남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또 양국의 관계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푹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월 경영 복귀 후 신 회장이 다른 나라 핵심 인사와 만나 사업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회장이 '글로벌 롯데'의 시동을 다시 켜는 이 시점에 베트남을 첫 출장지로 선택한 건 그만큼 해당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베트남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찌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쇼핑몰·호텔·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는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베트남에 도착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푹 총리를 만나기에 앞서 하노이시 인민위원장을 만났다. 푹 총리 만남 이후에는 '에코스마트시티' 등 현장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6일부터는 인도네시아로 이동해 롯데케미칼이 4조 원가량 투자를 예정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 부지를 찾는다.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동남아시아 시장 사업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포스트 차이나? 그 이상의 가치 지닌 동남아 시장

신 회장의 방문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수장들도 베트남을 찾았다. 이를 놓고 재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불확실성이 큰 중국의 대안으로써 동남아 시장을 선택한 재계 수장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 시장의 핵심지 중 하나다. 재계 수장들의 행보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동남아는 단순히 '포스트 차이나'를 찾는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롯데는 일찍부터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 여력이 높은 동남아를 '기회의 땅'으로 판단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구 1억 명에 달하는 베트남은 롯데가 1990년대부터 유통·관광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잇달아 진출해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2014년부터는 대규모 복합시설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열고 베트남 내 롯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롯데제과·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지알에스·롯데시네마·롯데자산개발·롯데호텔 등 16개 계열사가 진출했다. 임직원의 수는 1만1000여 명이다. 2016년 기준 총투자 금액은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롯데의 베트남 매출액은 1조600억 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액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한국에 이어 '제3의 롯데'가 베트남에 설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인구 2억5000만 명인 인도네시아에 지난 2008년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발을 들인 이후 오프라인 유통과 화학 부문 등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면세점·롯데지알에스·롯데케미칼 등 10여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총 투자 금액은 약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롯데마트의 진출 외에도 롯데백화점의 자카르타 '롯데쇼핑 에비뉴점' 오픈(2013년),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기업 타이탄 인수(2010년) 및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포함한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검토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재계는 이번 베트남·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해외 사업 투자 확대 등 신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의 '동남아 사랑'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롯데제과가 현지 제빵 업체 메이슨 인수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 미얀마, 롯데케미칼 해외 매출(약 2조4000억 원) 비중(22%)이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 등이 베트남·인도네시아 외 롯데그룹의 동남아 시장 확대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동남아 국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며 "롯데는 렌탈이나 가전양판, 로지스틱스 등 신규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비즈니스 분야 우선 검토 지역은 동남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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