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논란' 공회전 거듭…고민 늘어가는 카카오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도입 시기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수개월 동안 출시일이 미뤄지고 있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연내 출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트업 기업들이 카풀 관련 서비스를 재편하거나 새로운 준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카풀 업체인 풀러스는 기존 서비스를 개편했고, 위모빌리티는 신규 카풀 서비스 '위풀'을 내놨다.
카풀 서비스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카풀앱 서비스 개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카카오는 올해 2월 국내 2위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 카풀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현재까지도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럭시는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사실 카풀은 법적으로 제한을 두기 어렵다. 현행법상 '자가용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가능하다는 예외적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출퇴근 시간'을 어떻게 보느냐다. 카카오 등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는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카풀 앱 서비스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의 시선도 다르다. 정부는 공유 경제 등 4차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국회에서는 카풀 금지 관련 법안을 내놓으며 택시 업계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는 4일 간담회를 열고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 역시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TF 위원장은 "적어도 내년 초에는 마무리가 돼야 한다"며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접점으로 카풀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풀 논란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정부와 국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서비스 개시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카풀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분위기를 좀 더 살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올해 안으로 카풀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늦어도 내년 초 안으로는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 기업들이 카풀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어 서비스 개시가 지연될 경우 뒤처질 우려가 있다. 특히 카풀 업체 1위는 네이버와 SK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더욱 불리며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드라이버들의 불만도 날로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16일부터 '카카오T 카풀' 운전자용 앱을 통해 드라이버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6만 명가량이 등록했는데, 서비스 출시가 미뤄지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다.
김길래 승차공유 이용자 모임 카풀러 대표는 "드라이버로 등록하기 위해 서류 등을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정보만 받아놓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며 "카카오의 의지만 있으면 시작이 가능할 텐데 너무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은 "정부가 카풀에 대해 긍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카풀은 전업이 아니고, 택시산업과 함께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