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사갈등 증폭, 본사 '항의서한 도배'
[더팩트ㅣ강서=안옥희 기자]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와 임일순 사장 등 경영진들이 비용절감과 경영성과에 혈안이 된 나머지 구조조정과 다름없는 보안업체 인력 감축을 강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일방통행식 행보로 직원들 불만이 높아지면서 노사관계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임일순(54) 홈플러스 사장이 최근 보안업체와 외주업체 인력 1800여 명에 대한 계약종료를 결정하면서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홈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임일순 사장 체제에서 홈플러스는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김해점과 부천중동점 폐점 결정과 5월 40개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설립 추진, 성과급 미지급 사태, 보안업체 등 외주업체 총 1800여 명 연내 계약종료에 이르기까지 직원들 근무 변화와 연관 있는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조는 보안인력과 외주업체 인력 계약 종료를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한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보고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양대 노조인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지부장 주재현)와 홈플러스일반노조(위원장 이종성)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10월 파견직 경비용역 업체 5곳에 대해 오는 12월 31일자로 계약 종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노동조합에 보냈다.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베이커리 외주판매업체·콜센터 외주업체·헬스플러스(홈플러스 자체 건강식품매장) 외주업체들과의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에서 일하던 외주업체 인력 1800여 명은 올해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이날 전국에서 상경한 양대 노조 지회장과 조합원 등 160여 명이 본사 앞에 집결해 홈플러스 규탄대회를 열고 ▲ 인력감축과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 노동자 생존권 보장 ▲ 보안업무 전원 직고용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통행식 경영에 대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단체협약을 위반한 일방적인 통보라며 규탄했다.
직원들의 노동조건 변화와 관련 있는 경영방침에 대해 노사가 협의하게 돼 있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불법이며,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보안인력이 계약해지로 없어진다고 해서 홈플러스에 보안업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정직원들에게 보안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라며 “MBK파트너스와 임일순 사장 등 홈플러스 경영진이 비용절감과 경영성과에만 눈이 멀어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직원의 노동강도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실시한 ‘임일순 사장에게 보내는 전지회 항의서한 쓰기 운동’을 통해 취합한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항의서한을 본사 건물에 부착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노조는 당초 규탄대회 마지막 순서로 본사에 있는 임일순 사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사측이 본사 1층 출입구를 봉쇄하면서 출입문에 항의서한을 부착하는 퍼포먼스로 대체됐다.
항의서한 내용은 임일순 사장의 성과급 미지급에 대한 비판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강도 노동을 호소하는 메시지들이 주를 이뤘다.
홈플러스는 보안업체 계약종료로 인한 업무 공백을 기존 정직원들의 업무 전환(직무 재배치) 등을 통해 메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업무강도가 가중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신규 채용이 거의 없어 매장 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업무까지 떠안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계약 종료를 통보한 보안업체 5곳 직원 1500명 중 보안팀장 140여명은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할 계획이다. 노조는 홈플러스의 이번 인력감축안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가 지난 7월 430여 명, 지난달 600여 명 등 총 1000여 명의 장기근속 무기계약직 사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지만, 이것과 별개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 전환은 고용 형태의 변화일 뿐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장 내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지속적으로 신규 채용 등 충원을 요구해 온 노조가 사측의 이번 정규직화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또한 홈플러스의 계약종료 결정으로 해당 업체들의 폐업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안업체 5곳은 홈플러스 계약 종료에 따라 계약 해지 인력을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홈플러스만 담당하고 있어 계약 종료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경비업체 소속 일부 직원은 지난 10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홈플러스의 보안인력 1500명 전원 계약해지 통보로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달부터 2019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 임단협 2차 교섭에서 노조는 회사 정책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주장하며 임금인상과 보안인력 감축에 대한 대책 등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단 한 가지도 수용하지 않고 재무상황 등을 언급하며 “지속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사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며 협의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는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경영을 잘 해서 회사를 발전시킬 생각은 없이 매장을 팔고 인력과 비용을 줄일 생각만 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양대 노조가 현재 각각 임금교섭과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공동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