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묶음 창업'의 일거리 혁명이 필요하다

일자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업률이 날로 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취업뿐 아니라 규제를 풀고, 창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덕인 기자

리스크 분담하는 묶음 창업, 수익성 있다면 기업 투자 이끌 것

[더팩트ㅣ조연행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제1호 공약으로 '일자리' 만들기를 내걸었다. 일자리 위원회도 만들고 현황판을 만들어 그래프를 그려 놓으며 힘을 기울였지만 '일자리'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일자리 창출의 해법은 바로 묶음 창업에 있는 데도 이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활성화해 투자·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꾸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할 만큼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IMF 시대에 비견될 정도로 죽어버렸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내년에는 시급이 8530원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더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비견되는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을 제외하면 새로운 투자나 혁신성장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없어 ‘노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실업률이 역대 최악이라고 하지만, 체감 실업률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으로 물러나기 시작해 가계의 가장과 대학을 졸업한 청년, 가정주부, 가족 구성원 모두 실업자인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했지만 아직 창창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배낭을 메고 등산으로 소일한다. 가장 손쉬운 것이 창업이지만, 경험도 없고, 자금도 없고 '아이템'도 없어 뛰어들지 못한다. 그나마 큰맘 먹고 '프랜차이즈 식당'을 창업하지만 퇴직금만 날리고 '노후파산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여성 실업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고학력 여성들이 대부분 결혼과 함께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 여성'이 된 상태로 남아 경제활동 없이 가정을 지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13대 과제로 ▲일자리 위원회 출범 ▲일자리 중심 행정체계 확립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계획 수립 ▲최저임금 1만 원 조기달성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구인난 ▲청년 구직 동시 해소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 ▲4차산업혁명 및 신성장 산업육성 ▲패자부활 오뚝이 프로젝트 ▲지역 특성화 일자리 창출 ▲차별 없는 여성 일자리 ▲어르신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좋은 일자리 사회적 경제를 내세워 거창하게 추진했으나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장년의 노하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묶음 창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남용희 기자

결국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많이 한다. 대기업들은 수조 원씩 돈을 쥐고 있지만 정부가 아무리 '투자'를 외쳐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투자를 말려도 투자해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만을 풀어 주면 된다.

환경보호, 비용 절약, 신기술 적용, 그리고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는 신사업 카풀(승용차 공유)제도도 규제와 이해집단에 부딪혀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규제에 막힌 일들을 속히 풀어줘야 한다.

일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풀뿌리 경제를 살리는 창업이다. 정부는 기업보다 개인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제1 직장에서 20~30년 한 가지 일에 몰두해 전문가 반열에 오른 베이비부머 '전문가 퇴직 직장인'에게 그들의 아이디어로 일거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

그들의 전문성을 사장하지 말고 '일거리' 창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체면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전문성'을 살려서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일을 벌일 수가 없다. 여럿이 모여 묶음으로 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 감당하지 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여럿이 나누면 손쉽고 가볍게 창업할 수가 있다.

또한 창의력으로 끼가 많은 청년에게 그들의 일거리를 펼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경력자들이 도와주어 청장년이 함께 뭉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의 세심한 감각을 살려 마음껏 '일거리'를 사업화해줘야 한다. 가정,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신의 고유한 재능을 가진 전문가들이 장년, 여성, 청년들과 함께 여럿이 합친 '묶음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의 해법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 ▲손쉬운 일거리 만들기 ▲과감한 규제개혁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고,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일거리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쉽게 사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창업으로 성공하면 열 명, 백 명, 천 명을 넘어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있는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손쉽게 일거리를 만들 수 있어야 일자리가 생긴다. 혼자 하는 일거리보다 청년, 장년, 여성 등 여럿이 함께 묶어서 창업할 수 있는 '묶음 창업'의 일거리 혁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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