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회장 3남 1녀 비롯 사위·며느리 등 오너 일가 경영 전선 '총출동'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지난 42년 간 그룹의 보금자리였던 구로를 떠나 올해 본사를 홍대로 이전하며 ‘홍대시대’를 연 애경그룹 2세 채형석(59)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이번 그룹 정기 인사에서 ‘회장’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올해 초 “홍대 시대를 맞아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퀀텀점프(대 도약)를 하자”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1월 퀀텀점프를 위한 그룹 경영방침인 3S(SMART, SEARCH, SAFE)를 발표하며 전략방향을 공유하고 올해를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정했다. 3S는 혁신·성장동력 확보·윤리경영 정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지난해 보다 20%대의 영업이익 성장을 목표로 두고 4600억 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신사옥 이전과 함께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모친인 장영신(83) 회장에게 ‘회장’ 타이틀을 넘겨받아 그룹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사실상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2세 경영 체제를 구축했으나 채 부회장의 회장 승진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12년간 총괄부회장을 맡고 있다.
장영신 회장이 고령인데다 사옥 이전을 계기로 올해를 ‘애경그룹 퀀텀점프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채 총괄부회장이 ‘만년 총괄부회장’ 꼬리표를 떼고 경영권을 바통 터치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오너 일가 총출동, 사위‧며느리까지 가세 ‘가족경영’ 힘 보태
그룹의 성장 기틀을 닦은 장영신 회장은 남편인 고(故)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가 1970년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사망하자 2년 후인 1972년 8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국내 1호 여성 CEO’로 애경그룹을 시가총액 4조 원대 규모로 키워냈다.
장영신 회장은 지난 2004년 애경 창사 50주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애경그룹은 장 회장의 3남 1녀를 비롯해 사위와 며느리까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영신 회장이 여전히 회장 타이틀은 달고 있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이다. 장 회장의 장녀인 채은정(56) 애경산업 부사장도 남편인 안용찬(60)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주력 계열사 사업을 챙기고 있다.
차남 채동석(55) 애경산업 부회장과 삼남인 채승석(49) 애경개발 사장도 모두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장 회장의 며느리들도 그룹 내 공식 직함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아내인 홍미경(57) 씨는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의 아내인 이정은(55) 씨는 지난 2013년 초부터 AK플라자 크리에이티브 전략실 실장을 맡고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지난해 7월 10년간 유지해 왔던 생활항공, 화학, 유통부동산 등 3개 사업 부문 체제를 폐지하고 지주사 중심의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써 가족경영 체계를 더 확고히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 부문 체제를 없애면서 생활항공부문(애경산업‧제주항공)을 총괄하며 제주항공 성장을 주도해 온 안용찬 부회장은 제주항공 경영만 책임지게 됐다. 안용찬 부회장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매제이자 장영신 회장의 사위다.
유통부동산부문장을 맡았던 채동석 부회장은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매제와 동생이 보좌하는 형태로 가족경영체계를 더 공고히 다졌다는 분석이다.
◆ 애경家 맏며느리 홍미경 고문, AK홀딩스 주식 쇼핑에 해석 ‘분분’
홍대 사옥 이전과 맞물려 대도약을 예고한 애경그룹이 본격적인 ‘채형석 체제’를 맞아 채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아내인 홍미경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의 자사주 쇼핑도 관심을 모은다.
홍미경 고문은 2013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후 꾸준히 지주사 AK홀딩스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장영신 회장의 두 며느리 중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것은 홍 고문이 유일하다.
그동안 AK홀딩스 주식이 없던 홍미경 고문은 5년째 몇백주씩 소량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보유 주식이 1만2601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0.10%다.
애경그룹 맏며느리의 지주사 주식 쇼핑에 대해 업계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는 시선과 남편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2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내조 목적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정기적인 소량 주식 매입으로 단순한 적금 차원이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도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3세들의 AK홀딩스 지분율도 눈길을 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홍미경 관장과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 문선 씨와 차녀 수연 씨는 0.10%, 아들 정균 씨는 0.15% 가지고 있다.
장녀인 문선(32) 씨는 2013년 1월 애경산업에 입사해 마케팅기획파트 과장직을 맡았으나 그 해 고(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결혼하면서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연(29)‧정균(24) 씨는 아직 회사에 입사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 확률은 사실상 100%로, 단지 시간문제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실질적으로 경영을 총괄하는 채 총괄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지분 16.1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AK홀딩스는 채 총괄부회장의 모친 장영신 회장(7.43%)을 비롯해 애경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총 64.89%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56.95%),애경산업(39.18%) 등 주요 계열사 대주주다. 채 총괄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애경그룹은 생활, 유통, 항공, 화학, 부동산 개발 등 사업을 운영하는 4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상장사는 AK홀딩스·애경유화·제주항공·애경산업 등 4개사다. 상장사 기업 규모는 국내 50위권이지만, 주력 계열사 제주항공, 애경산업, 애경유화 등은 급성장 중이다.
이번 그룹 정기인사에서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해 묻자 애경그룹 관계자는 회장 직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실제 그룹 경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맡고 있고 그렇게 된지도 오래됐다. 최대주주도 채형석 총괄부회장이다. 장영신 회장도 계신데 (채 총괄부회장의 회장) 직함은 별 의미가 없다. 내부적으로 (회장 승진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애경 가습기살균제 사태, 채형석의 해결 과제로 떠올라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신사옥 이전과 함께 그룹의 대도약을 선언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을 모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최근 애경산업 전‧현직 경영진 등을 다시 고발하면서 애경의 새 시대를 준비하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인체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하고 유통시켰다며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 전·현직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6년에 이은 두 번째 검찰 고발로 애경 측 피고발인에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비롯한 채형석·최창활·고광현·안용찬 등 애경산업 전‧현직 경영진들이 포함됐다.
애경산업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등이 주원료인 가습기살균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했다.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이 기간 동안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 판매량은 163만7000개다.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공론화 이후 아직까지 공식 사과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 약속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채형석 체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향후 주력 계열사 제품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급한 해결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