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금융계열사 매각 통해 지주사 체제 완성 속도
[더팩트ㅣ서재근·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매각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룹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주사 체제 완성 계획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로써 신 회장이 제시한 '뉴롯데' 추진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27일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했다"며 "그룹 내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내건 '뉴롯데 설립' 계획에 따른 것이다. 신 회장은 당시 그룹의 질적 성장과 투명성 강화를 토대로 한 '뉴롯데'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금융계열사 매각 결정은 '뉴롯데' 추진안을 이행하기 위함이다.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매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신 회장이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인 내년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했다. 그동안 지주사 전환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됐지만, 지난달 5월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이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경영 복귀 후 신 회장은 금융계열사 매각에 앞서 지분 정리를 통해 계열사들을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특히 롯데지주가 아닌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로 돼 있던 구조를 지분 인수를 통해 '신 회장→롯데지주→롯데케미칼' 구조로 재편했다.
지난 21일에는 롯데지주 몸값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을 의결했다. 또 자본잉여금 4조5000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 지주사 기업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주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다.
이날 관측으로만 제기됐던 금융계열사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이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신 회장의 남은 숙제는 호텔롯데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롯데물산·롯데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해 롯데지주 출범 전까지 지주사 역할을 했던 계열사다. 특히 일본 롯데에서 호텔롯데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한국 롯데가 일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지분율은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문제를 해결하면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향후 호텔롯데 등 계열사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임원인사와 미니스톱 등 투자를 기반으로 한 인수합병 과제가 남아 있지만,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매각과 호텔롯데 상장 과제를 해결하면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뉴롯데' 재건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제시한 중장기 투자 로드맵도 구체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보름여 만인 지난 10월, 향후 5년간 전 사업 부문에 5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그룹 정상화 방안 구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10월 23일 <신동빈 롯데 회장 '통 큰' 투자 5년간 '50조' 투자 '7만 명' 고용> 기사 내용 참조)
이날 롯데그룹은 금융계열사 처분을 공언한 데 이어 그룹 통합 물류회사 출범 소식을 알렸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내년 3월 1일 양사 합병을 단행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존속법인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소멸법인은 롯데로지스틱스로 합병비율은 1:16.35이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3조 원 규모의 통합 물류회사 출범을 계기로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비스 고도화 및 그룹 E-커머스 사업본부 최적화 물류서비스 제공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룹의 양 축을 맡고 있는 유통과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오는 2023년까지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투자 방안과 맥을 같이 한다. 통합 물류회사는 유통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 회장이 구상한 플랜에 맞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그룹의 신시장 친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투자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의 매각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뉴롯데'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신 회장 경영 복귀로 롯데그룹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라는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신 회장이 '리더십'은 그룹차원에서 추진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 시행은 물론 지주사 체제 강화를 위한 정지작업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