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엠케이-듀카이프, 표절 논란 격화 '맞소송' 예고

한세엠케이가 자사 마스크 모자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듀카이프에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해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죄 고소를 시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왼쪽은 듀카이프 제품, 오른쪽은 NBA 제품. /안옥희 기자

한세엠케이, 국내 대형 로펌 선임 듀카이프에 소송 예고 내용증명 발송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한세그룹 2세 경영인 김익환 대표가 이끄는 한세실업의 자회사 한세엠케이가 '마스크 모자'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신진 패션 스타트업에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죄 고소를 시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듀카이프 역시 한세엠케이 측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 타항목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하고 한세그룹 지주사 한세예스24홀딩스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마스크 모자 표절공방이 '맞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패션 브랜드 '듀카이프'에 따르면 한세엠케이가 지난 23일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듀카이프에 "언론사 제보 중지 및 풍자 콘텐츠 삭제를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손해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란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듀카이프 측은 이에 대해 "한세엠케이가 협박성 소송을 진행할 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타 항목 추가 위반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소송, 손해배상으로 민사소송 등 총 3개 법률에 걸쳐 맞소송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듀카이프는 한세엠케이의 캐주얼 브랜드 NBA가 만든 마스크 탈부착 볼캡에 대해 자사가 먼저 출시, 판매한 마스크 모자와 디자인과 기술이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중순 부정경쟁방지법상 '형태모방' 항목(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 '자'목)으로 한세엠케이를 형사고소한 상태로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 듀카이프 "한세엠케이, 집회 직전 보류 유도 후 대형 로펌 선임해 법적 대응 예고장 보내"

앞서 지난 15일 듀카이프는 한세엠케이의 모회사 한세실업 본사 앞에서 마스크 모자 표절 의혹 관련 집회를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집회 시작 직전 한세엠케이 측이 상호 이해 및 상생, 사태 해결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듀카이프가 당일 집회를 취소한 바 있다. 집회 보류 이후 약 일주일만인 지난 23일 듀카이프에 소송을 시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듀카이프 관계자는 "한세엠케이가 집회 당일인 갑작스럽게 대화를 제안하며 당일 시위를 보류하게끔 유도하고 내부 의견을 정리해 다음 주(23일)까지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지난 23일 국내 2위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언론사 제보 중지와 풍자 콘텐츠 삭제를 하지 않으면 소송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듀카이프는 한세엠케이 측이 대화하자며 지난 15일 예정됐던 표절규탄 시위 보류를 유도한 후 돌연 겁박성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사진 왼쪽은 듀카이프 제품, 오른쪽은 한세엠케이 NBA 제품. /듀카이프 제공

이어 "당일 시위 직전 듀카이프 측에 말했던 대화와 협의, 상생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그사이 초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듀카이프에 위협이 되는 내용으로 가득 찬 입장을 보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세엠케이가 듀카이프에 내용증명을 보낸 23일은 한세엠케이가 표절 논란 관련 공식 입장문을 낸 날이다. 이날 한세엠케이는 입장문을 통해 "듀카이프의 마스크 모자를 모방 또는 표절한 적이 일절 없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한세엠케이 측은 듀카이프의 일부 언론사 인터뷰 내용과 그동안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게시글 등이 허위사실 적시이자 명예훼손적 발언이라고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듀카이프에 따르면 한세엠케이 측은 내용증명에 "듀카이프에 대한 포괄적 손해를 청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및 듀카이프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형사상 고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니 이 점을 양지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요청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듀카이프 측은 '재갈 물리기용'이자 '겁박성' 내용증명이라는 입장이다. 듀카이프 관계자는 "이번 한세엠케이의 처사는 법을 이용한 전형적인 사회적 약자의 입에 재갈 물리기"라며 "이렇게 할 거라면 왜 시위 직전에 대화와 협의를 제안했는지, 일주일 동안 고민해 만든 상생과 협의의 안이 '고소 위협'이었는지 한세엠케이의 상식 밖 대응은 상상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 한세엠케이 측 訴 제기 시 듀카이프도 맞불 소송 예고…29일 표절규탄 시위

이어 한세엠케이가 국내 2위 초대형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한 상태에서 '재갈 물리기 소송'을 제기할 시 맞소송으로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한세그룹의 지주사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가 모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입장이다.

듀카이프 측은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듀카이프가 타사와도 비슷한 공방을 벌여 돈을 받아낸 적이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으며 분쟁 당사자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 소문을 퍼뜨리는 것에 불과하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그 주장에 대한 근거와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며 허위 주장에 대해 분명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듀카이프는 한세엠케이의 카피 제품 출시로 인해 막대한 매출 하락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자사 마스크 모자가 오히려 브랜드 파워가 있는 'NBA' 마스크 모자의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이어 이번 표절논란 사태로 지난 1년여 동안 자사 구성원들이 받은 불안감과 정신적인 고통 등 유·무형의 손해에 대해서도 한세엠케이 측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듀카이프는 보류했던 한세엠케이 표절 규탄 시위도 다시 열기로 했다. 시위는 오는 29일 오후 2~3시 한세실업의 본사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듀카이프 관계자는 "이제 창업 2년 6개월이 막 지난 패션 스타트업이 연매출 2조6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 한세그룹과 법적 분쟁을 치르는 일은 극히 어렵고 두려운 일"이라며 "한세엠케이는 국내 2위의 초대형 로펌 태평양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듀카이프는 언론의 지속적이고 날카로운 관심과 시민 사회의 지지와 도움 없이는 이 싸움을 진행해 나가기 버겁다"고 호소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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