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법서 첫 공판준비기일 진행…조양호 회장 불출석
[더팩트ㅣ남부지법=이성락 기자] 수백억 원대 회삿돈을 가로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의 첫 재판이 26일 진행됐다. 조 회장은 이날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 심리로 조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정식 공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주요 쟁점과 증거 자료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조 회장 역시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석기업 대표 원 모(66) 씨 등 3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 명의로 196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인천 중구 인하대학교병원 인근에서 '사무장 약국'을 열어 운영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고용 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면서 정상적인 약국인 것처럼 위장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주장하는 횡령·배임 금액에 대해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조 회장의 실형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조 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검찰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단은 "증거 기록 열람 검사도 제대로 다 못했다. 기록과 증거 목록에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향후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준비기일은 약 10분 동안 진행됐다. 재판부는 조 회장 측 변호인단의 기일 연기 신청 사유를 들은 뒤 공판 진행 과정에서의 검찰·변호인 측 의견을 물어보고 별다른 내용이 없자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2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내년 1월 28일 오후 5시에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