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우고, 뇌 연구하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車 제조사' 한계 넘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올해 들어 자동차 부품 업체 및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현대차그룹 제공

'위기가 곧 기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 체질 개선 속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호주 카셰어링 업체 '카 넥스트 도어'·중국 라스트 마일 운송수단 배터리 공유 업체 '임모터'·IT기반 종합물류업체 '메쉬코리아'·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7월 MOU 체결)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8월 전략투자)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미고'·스위스 홀로그램 전문 기업 '웨이레이'(9월 전략투자) ▲미국 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10월 전략투자)▲이스라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알레그로.ai'(11월 전략투자)·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미국 무인항공 드론 전문업체 '톱 플라이트'(11월 전략투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의 경영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간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AI, 카셰어링 등 순수 완성차 제조사가 아닌 부품 업체 및 스타트업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횟수만 세어보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라다.

특히, 최근 현대차는 뇌공학과 생물학, 심리학 등 그간 그룹 차원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종(異種)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 프로젝트인 '현대 비저너리 챌린지'를 론칭하고, 그 첫 번째 파트너로 미국 브라운 대학을 낙점했다. 자동차와 무관해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이종 분야와 융합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가진 한계를 탈피하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체질 개선'의 중심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먼저 (미래 대비를) 하는 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며 "현대차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더 ICT를 잘하는 기업이 돼야만 한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후 6개월여 만에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며 '미래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사업과 그룹의 달라질 정체성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뇌공학과 생물학, 심리학 등 이종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 프로젝트인 현대 비저너리 챌린지를 론칭하고, 그 첫 번째 파트너로 미국 브라운 대학을 낙점했다. /현대차 그룹 제공

정 수석부회장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공언한 데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30여 년의 세월 동안 현대차에 따라붙은 수식어다. 1970년대 산업화의 바람 속에 1세대 '포니'를 기점으로 '자가용 대중화' 시대를 연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데 이어 10년 만에 브랜드 가치를 100만 달러 이상 높이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8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종합 브랜드 순위 36위(자동차 부문 6위)를,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3% 상승한 135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현대차의 분위기는 최근 2~3년 동안 180도 달라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의 무역 보복과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폭탄' 우려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이 지속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 쳤고, 그 사이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20조 원 밑까지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이 1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였을 때만 하더라도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전략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현대차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고, 단순히 완성차 사업뿐만 아니라 전장과 AI, 자율주행기술 등 신규 투자의 범위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정 부회장이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맡은 만큼 향후 현대차가 보여줄 변화의 폭과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지난 7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등 글로벌 무대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수석 부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 실천 과제이자 생존 전략으로 제시하고, 공격적인 전략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부문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대차가 추진하는 전략적 투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제시한 3대 전략 방향성인 ▲ '친환경 이동성'(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 등) ▲'이동의 자유로움'(AI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이스라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 등) ▲'연결된 이동성('현대 비저너리 챌린지'를 론칭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미래 기술 개발은 그룹 차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며 "정 부회장이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맡게 된 것 역시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신성장 동력 확보에 그 목적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와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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