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실적 고공행진…연임 '청신호'일까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7개사의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안에는 모두 끝난다. 특히 KB증권의 최고경영자 임기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박해 오면서 연임 가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나란히 만료된다. 관건은 내년에도 두 사람의 '투톱 체제'가 이어질지 여부다. 현재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가운데 각자 대표 체제를 선택한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 수장 자리를 놓고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유지한다면 두 사람 모두 연임이 가능할지 여부와 혹은 한 사람만 최후로 남게 될지, 다른 누가 새 사장 자리를 꿰찰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업계 일각에서는 윤경은·전병조 사장이 '투톱 체제'로 연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증권의 올해 실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4430억 원, 분기순이익 608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0.76%, 48.57%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증시 침체로 인해 3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21.1% 줄어들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전년대비 성장세를 이어간 점은 충분히 주목할만한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KB증권의 누적 실적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해당 기간 누적 매출은 12.59% 늘어난 4조8845억 원, 순이익은 66.47% 증가한 2198억 원이었다. 또 총자산이익률(ROA)은 0.61%에서 0.69%로 0.08%p,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01%에서 6.36%로 1.35%p 상승했다. 위탁매매·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향상되면서 KB증권의 전체 실적 상승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와 같이 KB증권의 실적이 날로 고공행진하자, 두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된 KB증권이 공식 출범하면서 윤경은·전병조 사장은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당시 KB금융은 KB증권 통합 당시 새로운 수장으로 내부 인사 승진과 외부 인사 영입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각 사 출신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기존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복수 대표 체제를 결정했다. 당시 각자 대표가 도입됐을 때 KB증권 안팎에서는 개성 강한 사장들의 '불안한 동거'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첫 임기 기간동안 윤경은·전병조 사장 사이에 큰 불협화음이 없었기에 KB금융은 이후 지난해 말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두 사람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어느덧 1년의 시간의 흘러 두 사람의 임기 만료 '카운트다운'이 다시 시작됐다.
KB증권 '쌍두마차'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가 있는 반면 만약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연임이 된다면 올해 실적이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취임 이후 윤경은 사장은 위탁·자산관리(WM)와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을, 전병조 사장은 투자은행(IB) 부문을 맡아왔다.
윤 사장이 이끄는 사업부 가운데 위탁·자산관리부문의 성과는 우수했다. 해당 부문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91억 원에서 올해 동기간 1290억 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다만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의 실적은 상반기에만 19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 사장의 투자은행 부문 상반기 실적은 악화됐다. 순이익이 지난 2017년 상반기 1057억 원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599억 원으로 반토막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홍콩 법인 흑자 전환에 이어 인수에 성공한 베트남 마리타임증권(KB증권베트남조인트스톡컴퍼니)도 순이익 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실상 두 사람이 맡고 있는 사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실적을 두고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실적을 배제하고 봤을 때에 전병조 사장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대증권 출신의 윤경은 사장과는 달리 전 사장이 KB금융그룹의 기존 계열사인 KB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장이 전격 교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KB증권 모회사인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 후보자군 선정을 위한 1차 회의를 열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사장 후보군에는 윤경은·전병조 사장을 비롯해 여러 사장 후보군이 거론됐다. 이에 두 사장의 '투톱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후문도 나왔다.
KB금융지주나 KB국민은행 출신이 새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그룹의 색깔을 강화하기 위해 KB 내부 인사 가운데 증권업 경험이 있는 인물을 다음 KB증권 사장으로 내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윤경은·전병조 사장의 연임 여부를 이사회 산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다음 달 내에 회의를 거쳐 KB증권의 구체적인 대표이사 후보군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 증권업계에는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과연 윤경은·전병조 사장이 암울한 증권업계 분위기를 극복하고 '투톱 체제'를 이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