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카카오, 택시 이어 대리운전 업계와 '마찰음'…핵심 쟁점은?

22일 택시 단체는 국회 앞에서 카풀을 반대하는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여의도=서민지 기자

카카오vs택시·대리운전, 갈등 얼마나 이어지나

[더팩트ㅣ여의도=서민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택시업계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대리운전 서비스에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 '프로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대리운전 업계와 갈등도 더해졌다.

22일 택시 단체는 국회 앞에서 카풀을 반대하는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리운전 단체도 국회 정론관에서 카카오 횡포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시 단체 "카풀은 생존권 위협…'카풀 금지법' 통과돼야"

그동안 카풀 시장은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카카오가 사업에 진출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기업인 카카오가 사업에 진출할 경우 택시 시장이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택시 단체는 카풀이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카풀 금지법' 통과를 촉구했다. 카풀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예외 조항으로 일부 인정하고 있어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날 집회에서 택시 단체들은 "카풀 앱은 여객법으로 규정한 카풀 취지와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한 불법 영업행위"라며 "공유경제,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며 법률의 틈을 파고들어 자가용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불법 카풀앱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예외 조항에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는 '자가용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94년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추가됐다.

여기서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상태다. 택시 단체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자의적인 법률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카풀'의 운송행위가 가능해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카풀을 제한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3건을 상정했다. 예외 조항 삭제와 카풀 중개업 금지, 카풀 시간은 출퇴근 시 2시간으로 한정 등의 내용이다. 카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허용하더라도 확실하게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택시 단체는 카풀 도입을 막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다. 이들은 "카카오 등의 대기업 카풀 앱 영업행위는 벼랑 끝에 놓인 택시 현실 속에서 또다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것으로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정부는 카풀 앱의 불법조장에 대한 근절과 택시산업 발전과 종사자의 처우 개선 대책을 즉각 발표해달라"고 밝혔다.

22일 대리운전 단체는 국회 정론관에서 카카오 횡포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서민지 기자

◆대리운전 업계 "카카오, 유료 서비스로 과도한 비용 부과"

갈등은 대리운전 업계에서도 불거졌다. '카카오T 대리'에 새롭게 도입한 '프로서비스'를 두고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초 월 2만 원과 건당 이중보험료(약 1000원)를 내는 기사에게 2개의 콜을 우선 배정하는 '프로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건당 20%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적인 비용을 합치면 사실상 40%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게 대리운전 단체의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에 진입했을 당시 수수료 20% 외 별도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던 만큼 반발이 더욱 거센 모습이다. 당초 대리운전 기사들은 기존 대리업체에 수수료(20~40%) 외에도 보험료와 프로그램비 등을 냈던 만큼 카카오의 서비스를 반겼다.

이들은 대리운전 기사가 '프로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콜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9월 기준 카카오T 대리에 가입한 기사 수는 12만 명에 달하는데, 콜 수는 하루 평균 3만 명으로 현재도 일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리운전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급행료를 낸 기사에게 별도 콜을 준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기사에게 일거리를 끊겠다는 협박"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또 일거리가 없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고, 더욱 악질 수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풀과 대리운전 서비스가 소비자 및 기사들의 편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카카오 "카풀, 승차난 해소할 것…대리기사들 부담 준다"

카카오 측은 승차난 해소 등을 위해 카풀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택시가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을 카풀이 수용해 승차난을 줄이고, 소비자 편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또한 법안 개정을 통해 카풀을 원천 금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출퇴근 시 2시간'으로 한정할 경우 사실상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업권 특성이나 탄력근무제, 야근 등으로 직장인들의 출퇴근이 모두 달라 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시산업과 신산업은 반드시 공존해야 하기에 상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가 현재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양측에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프로서비스'에 대해서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억울함을 성토했다. 카카오는 수수료 20% 외에 프로그램비, 보험료 등은 받지 않고 있는데, '프로서비스'는 일반 대리업체와 제휴를 해주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존 전화대리업체에서는 대리기사에게 수수료 외에도 프로그램비, 보험료 등을 부과하고 있다. 보통 대리기사들은 다양한 업체를 활용하면서 업체마다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카카오는 여러 전화대리업체에 중복으로 내고 있는 각종 비용들을 '프로서비스' 가입비만 내면 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업체에 분산된 콜을 한데 모아서 연결해주는 대신 비용은 한 번만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료의 경우 '카카오T 대리'는 원칙적으로 받고 있지 않으며, '프로서비스'를 통해 연결한 제휴업체에 가입이 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리기사가 해당 업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면 보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프로서비스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것"이라며 "초반에 부담을 느낄 기사들을 위해 3개월간 무료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용 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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