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23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중재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 개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11년 동안 이어진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종지부를 찍는다. 중재안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기로 한 삼성전자가 중재안 내용에 포함된 '공식 사과'를 23일 이행하기로 했다. 사과문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피해자 및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문장(사장)이 낭독한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을 개최한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 사장 등 삼성전자 측 관계자와 함께 황상기 반올림 대표와 피해자·가족 등 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과 황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질환 발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원회)의 중재판정을 받아들이고 이행에 합의하는 '이행 합의 협약서'에 서명한다. 이로써 11년간 끌어온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분쟁이 마침내 매듭을 짓게 된다. 서명 후 김 대표는 직접 사과문을 낭독하고 향후 이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극적 타결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이 지난 7월 조정 재개를 위한 중재 합의서 서명식을 열기 전까지 사실상 교착 상태였다. 당시 서명식에서 양측은 조정위원회가 최종 중재안을 만들면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실 조정위원회에 백지 위임하는 '중재 방식'은 보상 주체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방식이다. 재계는 분쟁이 마무리 수순을 밟을 수 있었던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삼성의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중재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양측 모두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서명식에 참석했던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는 "발병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중재 수용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조건없이 받아들이기로 한 중재안은 이달 1월 발표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보상 범위가 기존보다 대폭 확대됐다. 지원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최초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지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이다. 사내협력업체 현직자와 퇴직자도 포함됐다. 보상 대상 질병도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이 들어갔다. 지원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 원, 희귀질환과 자녀질환이 최초진단비 500만 원과 완치할 때까지 매년 최대 300만 원 등이다.
이날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마무리되지만, 삼성전자가 약속한 중재안 이행 작업은 사실상 시작 단계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이날 협약식에서 합의한 보상 업무를 위탁할 제3의 기관,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 원을 기탁할 기관 등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향후 지원 보상의 일정 등 계획도 일부 발표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협약식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정부 관계자 및 국회의원들도 참석한다. 이번 합의가 양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에서 노동환경개선과 노동자 건강 보호에 지속적 관심을 두고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함으로써 이번 합의가 피해자 보상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직업병 예방 체계를 확립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