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이상 無"…'스모킹건' 애초부터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일 오후 자사 홈페이지에 증선위 결정 및 IFRS 회계 처리에 대한 FAQ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회사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증선위가 제시한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 "내부문건='보고' 아닌 '검토'용 자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회사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해명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는 20일 오후 회사 홈페이지에 '증선위 결정 및 IFRS 회계 처리에 대한 FAQ'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분식회계'로 결론 낸 증선위가 제시한 근거에 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설립한 이후 연결 해당 자회사를 종속회사로 유지해오다가, 2015년 말 합작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을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하는 회계적 상황이 발생해 지분법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보유지분에 관해서는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는 부채로 회계처리 했다. 지분법 관계회사는 자산과 부채, 매출을 합산하지 않고 오로지 손익만 지분율만큼 반영한다. 해당 회계 처리 과정에 관해 삼성바이오가 적극적으로 해명한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당시 증선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 금융 당국이 내린 해석이다.

금감원은 1차 감리 당시 2015년 지분법 전환 회계 처리에 관해서는 지분법 평가로 기준을 변경한 것은 잘못이다고 주장하다 재감리에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태도를 바꿨다. /더팩트 DB

◆ "적정하다"는 회계법인 "문제없다"는 한국공인회계사회 "문제없다"던 금감원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대해 삼정, 삼일, 안진 등 3곳의 대형 회계법인은 "적정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후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 상장 당시 회사 측은 증선위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 시행한 감리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어 해당년도의 재무제표가 포함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을 때에도 '적합' 통보를 받았고, 삼성바이오는 같은 해 1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됐다. 뿐만 아니라 2016년 말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적합성과 관련해 금감원에 문제 제기했을 당시 국제회계기준(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회의에는 금감원 측도 참석했다.

금감원은 애초 1차 감리에서는 지난 2012~2014년 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았다. 2015년 지분법 전환 회계 처리에 관해서는 '지분법 평가로 기준을 변경한 것은 잘못이다'고 주장하다 재감리에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태도를 바꿨다.

금감원이 번복한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2015년 회계 처리 변경은 결과적으로 '잘못을 바로잡은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최종적으로 2015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지분법 평가로 회계처리한 것을 두고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덕인 기자

◆ 삼바 내부 문건 '스모킹 건' or '단순 참고 자료'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의 '태도 변화'를 끌어낸 결정적인 근거로 꼽히는 회사 '내부 문건'에 관해서도 "단순한 참고용 문서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해당 문건을 공개하면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알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의로 자회사 지위를 변경해 흑자회사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같은 '시나리오'를 기획한 주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목표로 삼은 미전실이라는 게 박 의원과 금감원의 해석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 측의 설명은 다르다. 에피스의 관계회사 전환은 전적으로 삼성바이오가 주체가 돼 결정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해당 문건은 당사 내부에서 재무 관련 이슈 사항을 공유하고 해결방안 및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로서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문서가 아닌 검토 진행 중인 내용을 보여주는 문건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건에 포함된 회사 재경팀 주관회의 자료 역시 회의 주제 공유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주간회의는 팀 전원 또는 과장 이상의 간부가 참석해 한 주의 업무를 공유·협의하는 자리로 기밀 내용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응 방안 논의 자료의 경우 문건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평가 이슈', '회계 처리 관련', '회계 이슈' 등 문건 작성 시점까지 파악된 내용을 정리해 현황을 공유하는 자료로 내용상 일부 오류도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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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 "지분법 전환과 무관하게 이미 상장 요건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장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11월 코스피 상장 규정에 따르면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시가 총액 6000억 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상장일 주금납입 후 기준)인 경우 상장이 가능했다"며 "당사는 이미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 당시 지분법 전환과 무관하게 상장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애초 나스닥 상장을 우선 검토했지만, 한국거래소 측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 유치를 위해 이미 상장 규정을 개정해 놓고 삼성바이오에 코스피 상장을 요청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 역시 삼성바이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의 진술 등을 근거로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과 상장심사기준의 개정은 한국거래소에서 2015년 7월부터 삼성바이오와 같은 '대형 성장유망기업'을 코스피 시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토 및 추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1심 43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병률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 본부장보(상무)는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이미 적자기업이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해서 검토해왔지만, 당시 정부나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추진 발표 이후 금융 당국은 물론 시장에서도 규정을 개정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을 국내 시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거래소의 중요한 역할이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국내 투자자와 상장사, 국내 코스피 시장 모두가 윈윈하는, 신규 상장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2017년 7월 21일 자 <이재용 재판, 전 거래소 임원 "바이오로직스 상장 '가장 성공한 사례'"> 기사 내용 참조)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바이오 등 바이오 사업 계열사의 성장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李 부회장 1심 재판부 "삼성바이오 성장, 이재용 승계와 무관"

'삼성바이오 이슈'와 '삼성의 승계' 사이의 연관성에 관해서도 삼성바이오는 "무관하다"는 견해인데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 역시 지난해 8월 선고 공판에서 같은 맥락의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등 바이오 사업 계열사의 성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가치를 증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과 '바이오 사업 계열사의 성장이 곧 승계작업과 관련 있다'는 쪽에서 주장하는 삼성의 지배구조개편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 증선위는 지난달 1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에피스 회계 처리 위반 여부와 관련,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 측이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80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아울러 이날 오전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정식으로 고소했다. 삼성바이오 측은 증선위의 조치통보서가 송달되는 대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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