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오너체제 돌입한 bhc에 재뿌리기?" 추측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과거 한솥밥을 먹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bhc가 과거 수차례 법정 공방을 벌인 데 이어 또다시 1000억 원대 민사 소송에 들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 BBQ가 지난 13일 bhc와 박현종 bhc 회장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BBQ는 자체 산정한 손해배상액 7000억 원 중 1000억 원을 우선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BBQ의 이번 소송 제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BBQ와 bhc 사이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BBQ 측은 소송 배경에 대해 "2013년 BBQ가 bhc를 매각할 당시 BBQ 임원이었던 박현종 회장이 영업비밀 자료를 빼갔을뿐만 아니라 박현종 회장이 bhc 전문경영인으로 부임한 후에도 우리 정보통신망에 몰래 들어와 영업비밀 자료를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버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한 결과 상당한 양의 자료 유출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BBQ는 bhc가 매출 등 회계 자료와 자체적인 조리법 등 많은 양의 자료를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Q가 이미 지난해 같은 사안으로 박현종 회장을 비롯한 bhc 전·현직 임직원을 형사고소했지만, 수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나온 바 있다.
해당 형사고소 건에 대해서는 BBQ가 불복해 항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BBQ 관계자는 "1심에서 무혐의 판결났으나 일부 기소 혐의를 받은 사안에 침해 행위를 증명하고자 항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bhc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응수했다. bhc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 압수수색 결과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이 나온 사안"이라며 "시시비비는 법원 판결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치킨 업계 2·3위 bhc와 BBQ는 2013년 BBQ가 bhc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한가족이었다. 그러나 매각 이후 최근 몇 년간 잇달아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bhc가 BBQ에서 분리된 지 4년 만에 BBQ를 제치고 업계 2위에 등극하며 승승장구하는 데 따라 BBQ가 소송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bhc에 업계 관심이 주목될 만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BBQ와 bhc의 소송전 등 갈등이 불거졌다"며 "재뿌리기 전략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bhc가 창사 이래 첫 2000억 원대 매출을 올려 BBQ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선 지난해 4월 BBQ는 '영업 정보 유출'을 이유로 bhc와 물류계약을 해지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7월에는 당시 전문경영인(CEO)이던 박현종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시기 BBQ는 박현종 회장 등 bhc 임직원 수십 명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또한 BBQ의 이번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기 역시 이달 초 박현종 회장이 bhc 그룹을 인수하며 오너 체제에 돌입한 직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BQ 입장에선 과거 계열사였던 bhc가 잘 나가는 것도 배 아프지 않겠냐"며 "BBQ가 박현종 회장이 bhc를 인수해 '상생·책임 경영'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경쟁사로서 위기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BBQ와 bhc는 매각으로 '남남'이 된 이후에도 잇따른 소송으로 '법정혈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박현종 bhc 회장이 매각 과정에서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BBQ가 박 회장을 '매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올해 2월에는 bhc가 "상품공급 계약을 해지해 손해가 났다"며 BBQ를 상대로 맞불 소송을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