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점주 핵심 요구안인 가맹계약 10년 보장 조항 삭제는 '없던 일로'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인으로 변신한 박현종 bhc 회장이 회사 인수 후 가진 상생협약 회의에서 가맹점주들의 핵심 요구안인 '가맹계약 갱신요구건 10년 보장 조항 삭제'를 둘러싸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가맹점 갈등이 '도돌이표' 조짐을 보이고 있다.
bhc는 가맹점주들과 지난달 상생협약 회의에서 이미 합의봤던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보장'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없던 일로 물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현종 체제'의 첫 상생회의는 결과적으로 또다시 갈등의 불씨만 남긴 셈이 됐다. '닭고기(신선육) 가격 인하'에 대한 입장차로 불거진 본사-가맹점 간 갈등은 단시일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 4차 상생 회의는 내달 초중순쯤 열릴 예정이다.
bhc와 전국bhc가맹점협의회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에 있는 bhc 본사에서 '3차 상생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본사 측 3명·협의회 측 6명이 참석해 약 4시간가량 진행됐다.
협의회 측은 이날 본사가 2차 회의 때 합의했던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보장'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 아예 없던 일로 못 박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은 10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본사는 가맹점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안정적인 영업기간 보장을 위해 10년 제한 조항 삭제를 본사에 줄곧 요구해왔다.
또한 본사는 광주 일곡점 가맹 계약을 해지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이날 협의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일곡점은 가맹 1호점으로, bhc와 가맹계약을 맺은 지 15년째 된 점포다.
bhc 관계자는 "계약 갱신 여부는 본사 규정에 따른다"며 "광주 일곡점의 경우 합당한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가맹점협의회 측은 박현종 회장의 그룹 인수 후 제기됐던 '가맹점 쥐어짜기'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다. 진정호 전국bhc가맹점협의회 회장은 "본사의 일방적인 말 바꾸기에 갑갑하기만 하다"며 "가맹점 쥐어짜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지난 2일 박 회장이 bhc 그룹을 인수하기 직전 본사가 광주 일곡점·운암 동립점·성남 신흥점·목포 하당2호점 등 10년 이상 가맹점들에 계약 해지 관련 내용 증명서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사와 가맹점 갈등은 재점화 조짐을 보여왔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3차 상생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신선육 가격 100원 인하' 뿐이다. 신선육 가격 인하는 협의회 측이 요구한 10가지 사항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본사가 3차 회의 직후 "닭고기 가격 인하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신선육 100원 인하' 마저도 완전한 합의를 이루진 못한 상황이다.
인하 폭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협의회 측은 본사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광고비 명목으로 신선육 1마리당 400원을 가져갔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협의회 측은 본사에 광고비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본사는 응하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앞으로 본사와 대화를 진행해봤자 더 이상의 진전 없이 오히려 상생 논의가 퇴보할까 우려하고 있다. 한 bhc 가맹점주는 "이번에도 본사로부터 광고비 부당 전가 의혹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며 "벌써 세 번째 상생 회의인데도 갈수록 난항"이라고 토로했다.
오너체제에 들어선 bhc가 가맹점과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박현종 오너체제'가 강조하는 '책임·상생 경영' 행보에 험로가 예상된다.
bhc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서 가격 인하에 대해 합의안을 제안한 것일 뿐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향후 회의에서 협의회 측이 요구한 10가지 중 특히 신선육 가격 인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