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당국 압박까지 가세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올해 3분기 상위권 생보사인 삼성·한화생명을 비롯해 생보업계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업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지면서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8일 올 3분기에 순이익 297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3.2%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3865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사 보험이익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80%가 넘는 손해율이 3개 분기 연속으로 시현되고 있고 보험이익도 누계기준으로 11.6% 감소하면서 순익 추정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2위 한화생명도 같은 날 3분기 순이익이 144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8.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2208억 원으로 16.7% 줄어들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자본규제 강화 상황에서 추가 자본확충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외부환경에 변화에 더해 신계약 부문에서도 지배력이 하락하면서 손해율 역시 추가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업계 '투톱'이 나란히 악화된 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험업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이들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대비가 꼽힌다. 2021년으로 예정된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에 주력하면서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저축성 보험은 고객들이 보험료를 적립해 나중에 돌려받는 방식이다 보니 보험료가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매하면 이익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정된 금액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이 또한 '부채'로 평가된다.
생보사들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험료가 다소 낮은 보장성 보험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수입보험료가 감소하고, 신상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라는 업계 시각이다.
여기에 두 회사는 '즉시연금' 분쟁으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지난 8월 즉시연금 가입자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고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생명 또한 지난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 건 지급 권고를 불수용하고 법적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은 즉시연금과 관련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8일 즉시연금과 관련해 삼성생명에 검사 형태로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이어지는 발언이다.
즉시연금 분쟁에서 만약 금융당국이 승기를 잡는다면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회사 고위 임원들에 대한 고강도 징계가 이어질 수 있어 압박감은 더 거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워낙 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경기 부진으로 보험 해약률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여기에 금융당국과의 의견차로 생보업계의 어려운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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