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설립 인가…M&A 시장 '큰손' 떠오르나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사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M&A시장의 큰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우리금융지주 설립 인가, 자기자본 130% 출자 가능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가칭)'으로의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인수합병(M&A)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자본 여력이 커지는 만큼 유력한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지주사 설립 인가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배구조를 확정하고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초쯤 우리금융지주(가칭)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 이후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게 되면 가장 먼저 출자 여력이 급증하게 된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자기자본의 20% 이상을 출자할 수 없지만, 지주사는 부채비율의 50% 미만이나 자기자본의 130% 미만 중 작은 금액까지 출자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 21조700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지주의 출자 여력은 최대 7조 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 출자 여력까지 합치면 9조 원대까지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될 전망이다.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자회사는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카드지만 이들은 향후 지주사 체제에서 자회사 편입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새 먹거리'를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증권사나 보험사 등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우리은행은 유력한 '인수 주체'로 꼽히곤 했다.

그중에서도 아주캐피탈은 유력한 우리은행 인수대상으로 여겨져왔다. 현재 우리은행이 재무적투자자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규모가 작은 회사부터 차차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인수설'에 힘을 싣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상장은행이 캐피탈사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캐피탈사 보유 경험이 있는 만큼 인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롯데 금융계열사도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탓에 내년 10월 이후에는 금융보험사를 소유할 수 없다. 롯데 금융계열사는 카드, 손해보험, 캐피탈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패키지'로 한 번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설립 인가를 받은 가운데 지주사 전환 이후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지표를 계산하는 등급법 등 내부 규준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당분간 대규모 M&A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우리은행은 모든 인수설에 '지주사 전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여러 사업 확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등부터 단기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신설 금융회사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이다. 위험가중자산 보유 자산에 위험 가중치를 곱한 값으로 금융사 전체의 표준치인 표준등급법이나 은행 자체 특성을 고려한 내부등급법 등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마치면 표준등급법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급격한 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은행이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으면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하도록 했던 특례조항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적용된 이후 지난 2016년 폐지됐다.

우리은행 측 또한 등급법 적용 등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어 당장 대규모 M&A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 등을 통해 지배구조나 향후 경영전략 등이 논의될 것"이라면서 "지주사 전환 이후에 내부등급법 등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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