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동남아 '그랩'에 역대 최다 '2840억' 투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오른쪽)과 그랩 앤서니 탄 설립자 겸 CEO는 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양사 간 미래 협력방안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블룸버그 제공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그랩 CEO와 미래 협력 논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EV) 기반의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 그랩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는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공유경제 분야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2억5000만 달러(약 284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현대차가 1억7500만 달러(1990억 원), 기아차가 7500만 달러(850억 원) 등이다. 지난 1월 현대차가 투자한 2500만 달러(284억 원)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그랩에 대한 전체 투자액은 2억7500만 달러(312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가운데 역대 최대치로 그랩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물론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신중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신속하게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 진입해 시장 선점의 기회를 갖게 되는 동시에 전기차 모델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강화해 혁신 기업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현지 유력 기업과 파트너십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공략 방식을 통해 자동차 신흥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동남아시아 내에서의 판매 확대 및 지속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전략 투자 및 전기차 부문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그랩 앤서니 탄 설립자 겸 CEO는 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 함께 내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동남아 주요국에 전기차를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동하고 동남아 공유경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에 단일 투자 규모로는 최다 규모인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현대차그룹 제공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충전 인프라 구축, 대중교통 실증사업 추진 등 과감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 전기차 수요는 내년 2400여 대 수준에서 오는 2021년 3만8000대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34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이번 투자는 선제적으로 전기차를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협력의 첫 단계로 내년부터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한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현대차는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 측에 최초 공급한다.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및 탑승객 만족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이번 협업은 지난 1월 현대차의 첫 투자 이후 양사가 전기차 부문에서의 협력 방안을 지속 논의하면서 성사됐다. 더욱이 기아차까지 협력에 동참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차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 계획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 협업을 통해 전기차 드라이버 대상의 유지 및 보수, 금융 등 EV 특화 서비스 개발도 모색한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업체 등 파트너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영조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남아시아는 전기자동차의 신흥 허브가 될 것이다"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 파트너사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들과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통합적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 국내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 전문 업체 메쉬코리아,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미고, 중국의 라스트 마일 운송수단 배터리 공유 업체 임모터,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기아차는 국내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차량 공유서비스 '위블'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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