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들의 경영 실적이 저마다 '최고'를 경신하면서 은행권 수장들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적 기준 5대 은행으로 꼽히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수장의 경영 전략은 국내 금융 전반을 이끄는 주요 역할을 한다. 은행 수장들 모두 1년 이상 조직을 이끄는 '간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더팩트>는 이들의 성과를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은행, 또 우리 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짧은 임기에도 현장 경영 박차…국내외로 활동범위 넓혀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내년 1월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취임 1년 차지만 여타 금융사들과는 달리 1년 임기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임기가 짦은 만큼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짧은 임기 동안 이 행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이어갔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취임 첫날부터 소통 행렬…해외 순방도 '적극적'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과의 '미팅'을 이어갔다. 지난 1월 은행 본점 모든 부서의 직원들을 만나는가 하면 식사 등의 자리를 마련해 소통의 시간도 종종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이후 한 달 동안은 전국 영업 현장을 돌면서 직원들과 만났다.
이 행장은 뛰어난 영업능력으로 '고속 승진'을 하기도 했다. 경기영업본부장, 서울영업본부장을 지낸 후 부행장(상무) 보직을 건너뛰어 바로 농협상호금융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상호금융 대표 시절에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상호금융이 농협중앙회 소속인 만큼 이 행장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신임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해 부임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좋은 '합'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행장은 글로벌 영역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16년에 설립된 베트남 하노이 지점을 지난 5월 직접 방문해 현장을 돌아보고 당국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농협은행 최초 해외 현지법인이 있는 미얀마를 찾아 농협파이낸스미얀마의 사업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또한 올해 9월 캄보디아에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이는 농협은행 최초의 해외 인수법인 합병 성공 사례로 농업과 소상공업 종사자를 위한 소액대출 기관이다.
이 행장은 미국 출장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1100만 달러(한화 약 1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제재와 관련해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해 미 금융당국에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거액의 과징금이 걸려있는 만큼 문제가 된 부분을 확실하게 매듭짓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 '최대 실적' 견인…디지털 '혁신'으로 미래 전략
'영업맨' 이대훈 행장은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냈다. 이 행장은 취임 초기 경영목표 달성회의에서 올해 순이익 목표로 7800억 원을 제시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9339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당초 목표치를 훌쩍 넘은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나 증가한 수준이다.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업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하면 1조 원을 넘는 실적을 거뒀다.
호실적에 힘입어 업계에서는 이 행장이 연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광수 농협지주 회장도 CEO들의 장기 경영 계획 추진을 위해 연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CEO가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이를 CEO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호실적 외에도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데 앞장서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핀테크 지원에 앞장서면서 디지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블록체인 전문 인력 과정을 개설해 진행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농협은 금융·유통·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블록체인이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 강화에 도움이될 것"이라며 "교육과정 등을 통해 실무적인 블록체인 개발에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난달 2일 임직원 400여 명과 함께 워크숍을 개최하고 농협은행의 지속성장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 등에 대해 상호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앞으로도 본부뿐 아니라 영업점 직원들과 더불어 농협은행의 혁신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자주 갖겠다"고 말했다.
atonce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