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경쟁력 강화 '긍정적' vs 초기 투자비용 '회의적'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내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인터넷전문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전문보험사로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초기 투자 비용 등이 '독'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달 12일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보험사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예비인가 심사와 실사, 본인가를 거쳐야 하므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새 인터넷전문보험사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는 인터넷전문보험사 설립을 위해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동차 보험상품 등을 특화해서 판매하는 인터넷전문보험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유율 기준 업계 6위 수준인 한화손보는 인터넷보험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올해 1·2·3분기 모두 각각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 흐름을 거둔 가운데 인터넷전문보험업 진출로 승부를 건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보험시장에서 손해보험 상위권 4개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손보가 인터넷전문보험사 특성을 앞세워 가격이나 소형 보험 등으로 대형사가 차지한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 비대면 채널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인터넷보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손보사들의 인터넷보험 초회보험료(처음 보험에 가입해서 지불한 보험료)는 3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2조2000억 원에서 약 36%가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앱인 T맵 등으로 빅데이터를 쌓은 SKT와의 협업으로 한화손보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나온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아직 인가 심사 중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어떤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하는 계획은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SKT와 현대차 등과의 협업을 통해서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편익을 주기 위한 방향으로 고민을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상황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상위 손보사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마케팅이나 홍보 등에 크게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나 판매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이를 어차피 홍보·마케팅비로 소진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인터넷보험사 특성상 광고 등의 초기 투자비가 막대한 만큼 당장 이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회의적인 시각에 힘을 보탠다. 최근 한화손보는 지급여력비율이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대비를 위해 잇따라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지급여력비율 개선 및 건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사업을 출범시키면 다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비대면 채널인 만큼 수익성이 큰 장기보험 등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재 대형사들도 인터넷 보험으로는 단순한 구조의 자동차보험 판매율이 인터넷보험 전체의 55.9%를 차지한다. 보장내용 등이 복잡한 상품은 비대면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보험업 업황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생명보험업계에서 출범한 교보생명의 인터넷전문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3년 설립됐지만 출범 6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순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18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6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인터넷 보험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 만큼 초기 투자가 끝나면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인터넷보험시장에서 대형 상위권 회사들의 점유율이 막대한 만큼 인터넷전문보험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