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삼성·SK·LG와 맞잡은 손 '따로, 또 같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미래 모빌리티와 자동차 전장, 친환경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과 협업에 나서며 미래 신성장 사업 추진을 위한 담금질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리더십' 시험대 오른 정의선 부회장, '선택과 집중' 전략 초집중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협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스마트카,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차량 전동화 등으로 압축되는 5대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되,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을 병행'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 현대기아차, 삼성에 보낸 '러브콜'…신(新) 시너지에 쏠린 눈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는 전날(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BEAT360(비트360)'에서 삼성전자와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특화한 전략 스마트폰 출시 등 제휴 마케팅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그간 SK와 LG 등 다수 대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여러 방면에서 협업을 추진해왔지만, 공교롭게도 삼성과는 공통분모를 형성하지 않았다. 1990년대 삼성이 '르노삼성자동차'라는 브랜드로 완성차사업에 뛰어든 것을 기점으로 재계 서열 1, 2위 그룹 간 협업은 재계 안팎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으로 어떤 브랜드를 선택했는지, 정 총괄수석부회장이 어떤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두고 두 그룹의 '견제 심리'를 가늠하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이번 기아차와 삼성전자의 제휴 마케팅 MOU에 관심이 쏠리는 것 역시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기아자동차는 5일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왼쪽)과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사 간 제휴 마케팅 등을 내용으로 하는 MOU 체결에 합의했다. /기아자동차 제공

그러나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3세 경영인 체제가 확고해 지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특히, 정 총괄수석부회장이 경영 최전선에 나선 이후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그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폭도 상당하다.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을 공헌한 정 총괄수석부회장은 올해 들어 글로벌 AI·전장 스타트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 데 이어 차세대 이동통신(5G)과 모바일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과 협업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아차와 삼성전자의 MOU 역시 기아차 측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 간 MOU 체결을 계기로 현대차그룹과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앞다퉈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개발 방향을 바꾸고 있다"면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 역시 거래선을 확장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향하는 목표에서 많은 접점을 두고 있는 두 그룹의 협업이 물꼬를 튼 만큼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만 고집해 온 현대기아차의 경영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SK·LG '미래 파트너' 낙점

SK,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파트너십은 이미 '진행형'이다. 삼성과 자동차 전장, 미래 모빌리티, 5G 분야에서 파트너십 가능성을 열어뒀다면, SK는 AI와 친환경차 부문을 중심으로 협업을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SK네트웍스와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3곳을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충전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이를 기점으로 전국 대도시로 확대 및 주유와 충전이 합쳐진 하이브리드형 충전소 설립을 지속해서 추진한다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이 손을 잡고 있다. '맏형' 현대차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을 파트너사로 낙점했다. 실제로 기아차의 대표 친환경차 '니로'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라인업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정 총괄수석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협업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오는 지난 9월 SK가스를 포함한 15개 기업과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SPC)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다. 주식회사 형태로 2000억 원 규모의 자본금이 투입되는 오는 12월 출범을 기점으로 2022년까지 약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지난해 말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과 약 4500만 달러 규모의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조성하고 AI·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동차는 각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친환경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더팩트 DB

LG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형성된 파트너십 역시 공고하다. 현대차는 자사 최초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아이오닉'을 비롯해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EV' 등 모든 주요 친환경차 라인업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LG하우시스와 자동차용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자동차 경량화 신기술을 공동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수십여년 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 역시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과 입지가 공고해진 이후 현대차의 분위기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괄수석부회장이 '실리'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국내외을 막론하고 AI,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그가 제시한 미래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은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