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서 신한 '약진'…중소도시는 농협 '독주'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올해 전국 은행들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전은 과열 경쟁 양상이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이 지자체 금고 유치 혈투에서 '3강 체제'를 확립한 가운데, 특히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서울·부산·인천 등 3대 도시 가운데 서울과 인천 2곳의 1금고은행에 오르며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NH농협은행은 거의 모든 중소도시에서 연달아 1금고의 운영권을 연이어 따냈다.
지난 5월부터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구금고 입찰이 실시됐다. 은행 간 유치 경쟁을 통해 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구금고 운영을 맡게 될 은행들을 선정하는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금고 재지정 공고는 기존 금고 약정 기간 만료 2개월 전이며, 만료 30일 전까지는 새 금고를 지정해야만 한다. 이에 올해 말까지 만료되는 전국의 지자체 금고은행 선정 작업은 지난달 말 모두 완료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104년간 서울시 금고를 독점해온 우리은행을 무너뜨리고 서울시 5개구 금고를 확보했다. 올해까지 용산구(1·2금고)와 강남구(2금고)만 운영해온 신한은행은 이번에 강남·서초·성동·용산·강북구 등 5개 자치구 금고를 획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금고를 따낸 기세를 이어 우리은행이 독점해 오던 서울 각 구 금고의 상당수도 이번에 당행이 가져오는데 성공했다"며 "특히 강남·서초·용산·성동구 등 핵심 입지로 꼽히는 자치구들의 금고 운영권을 따냈다는 점에서 이번 입찰 경쟁 결과는 상당한 의미"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약진은 인천시에서도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인천시 1금고를 맡아왔다. 올해는 인천시 8개 자치구 가운데 7곳의 운영권을 따냄으로써 구금고 대부분을 확보했다. 서구 한 곳만 KEB하나은행에 내줬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시예산만 40조 원이 넘는 거대 금고시장인 서울과 인천 두 지자체의 금고지기를 차지했다.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이,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운영권을 가져갔다. 이로써 지난 2007년부터 1·2금고를 각각 운영해온 '신한-농협은행' 체계가 2022년까지 16년간 유지된다.
NH농협은행은 지방 중소도시에 독무대를 형성했다. 지난해까지 지방에서 총 68곳의 금고지기를 해온 NH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 세종시와 제주도의 회계과 기금을 관리하는 1금고 운영권도 연달아 획득했다. 수도권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지역을 싹쓸이한 셈이다.
이로써 NH농협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간 세종시를, 내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3년간 제주도의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출, 각종 기금 등 자금의 보관·관리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된다.
반면 서울시 2금고은행으로 물러난 우리은행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18곳을 지켜냈다. 종로·중구·동대문·중랑·성북·도봉·서대문·은평·마포·구로·영등포·양천·강서·금천·관악·동작·송파·강동구 등이 해당 지역이다. 강남구청의 1금고 운영권을 신한은행에게 내주며 뼈아픈 실책을 범했지만 이번 유치전 결과에 있어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서울시 금고를 운영해 오면서 구 금고도 용산구 1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서울 전체 구금고를 운영해 왔다"며 "신한은행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서울시 금고 운영권을 가져갔지만 정작 구 금고의 상당수는 우리은행이 수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서울 구금고를 운영해 온 당행의 노하우나 전산 운영 경험, 숙련된 인력 자원 등이 빛을 발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구금고 대부분을 지킨 만큼 당분간 운영에 집중하며 4년 뒤 서울시 금고 운영권 탈환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2022년에도 치열한 금고은행 경쟁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 금고은행이라는 이미지가 기관영업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신한은행이 시금고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용산구 외에 4개 구금고를 추가하는 데 그쳐 아쉽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은행이 금고 운영을 하게 된 구청들의 예산과 기금액은 12조 원 수준이며 이는 서울시 금고의 3분의 1 정도"라면서 "이는 적지 않은 규모다. 우리은행으로서는 구금고로 자존심을 지킨 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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