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없는 롤드컵 결승…빈자리 주인공은 중국 IG
[더팩트ㅣ인천=이성락 기자] '닝'이 풀고 '한국 듀오'가 날았다. 인터빅스게이밍(IG)이 상체 라인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주며 유럽 강호인 프나틱을 무너뜨리고 세계에서 가장 리그오브레전드를 잘하는 팀으로 올라섰다.
IG는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문학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유럽 대표 프나틱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고 소환사컵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IG는 최근 5년 동안 롤드컵 무대에서 독주했던 한국팀을 대신해 중국 최초 롤드컵 우승팀이 됐다.
경기 시작 전에는 두 팀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IG의 김정수 감독 역시 "풀세트(3-2)까지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쉽게 말해 IG가 프나틱을 완전히 파괴했다. 경기 양상은 현 메타(플레이 성향)대로 흘러갔다. '탑·정글·미드'로 이어지는 상체 싸움이 경기의 승부를 갈랐다.
특히 정글러 '닝' 쩐닝 가오의 활약이 뛰어났다. 완벽한 갱킹을 통해 IG 라이너들이 무난히 성장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성장이 보장되니 탑라이너 '더샤이' 강승록과 미드라이너 '루키' 송의진으로 구성된 '한국 듀오'의 개인기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약점으로 지목받았던 '재키러브' 웬보 유의 캐리력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1세트 IG의 공략 대상은 프나틱 미드라이너인 '캡스' 라스무스 뷘터였다. 자신 있게 이렐리아를 선픽한 '캡스'를 상대로 정글러 '닝'은 카밀을, '루키'는 리산드라을 골라 성장을 방해했다. 퍼스트 블러드도 '닝'이 미드 갱킹을 통해 이렐리아를 잡아내면서 발생했다. 초반 분위기는 IG가 완전히 가져갔다.
IG는 15분쯤 전령을 놓고 벌어진 교전에서도 승리했다.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전에 참가했던 이렐리아는 지속적으로 죽으면서 점점 힘을 잃었다. 이렐리아가 활약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IG는 곳곳에서 이득을 챙겨 글로벌 골드를 5000 차이로 벌렸다. IG는 24분 바론 버프를 챙긴 뒤 그대로 밀고 들어가 프나틱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2세트에는 탑라이너인 '브위포' 가브리엘 라우를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닝'은 5분 만에 예상할 수 없는 탑 갱킹을 통해 '브위포'를 잡아냈다. 그리고 1분 뒤 6레벨이 된 '더샤이'의 이렐리아와 함께 탑라인을 공략해 '브위포'를 다시 넥서스로 돌려보냈다.
탑 격차가 벌어지자 이후 벌어지는 상체 싸움은 IG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수많은 상체 교전 속에서 '닝'은 집요하게 탑을 노려 '브위포'의 우르곳에 3데스를 안겼다. 1세트에서 상대 미드 이렐리아의 힘을 완벽히 무력화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정신력이 흔들린 프나틱은 드래곤 싸움에서 어설픈 플레이를 보여주며 스스로 무너졌다.
18분 IG가 전령을 획득해 미드 타워 공략에 성공하자 운영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성장을 어느 정도 마친 '한국 듀오'가 날아다닐 시간이었다. 한타마다 이렐리아와 신드라의 슈퍼플레이가 더해지면서 경기는 변수가 거의 없는 격차까지 벌어졌다. IG는 기습 바론을 시도하는 프나틱의 챔피언을 모두 잡아내고 32분쯤 경기를 끝냈다.
우승까지 단 1세트 승리만 남겨둔 IG는 3세트에서도 결점 없이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프나틱이 퍼스트 블러드를 따낸 뒤 공격적인 초반 운영을 보여줬지만 노련한 IG의 대처에 '반격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6분 '더샤이'의 아트록스가 미드 로밍을 통해 '캡스'의 빅토르를 잡아내면서 초반 주도권은 또 한 번 IG 쪽으로 넘어갔다.
특히 3세트에서는 '바텀 공략'이 주효했다. IG는 11분 바텀 갱킹을 통해 상대 쓰레시를 잡아내고 타워를 공략한 뒤 프나틱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었다. IG는 경기 중반 벌어진 교전에서 항상 프나틱보다 더 많은 이득을 챙기며 몸집을 키웠다. IG 원거리 딜러 '재키러브' 웬보 유의 카이샤는 7킬을 쓸어 담으며 폭풍 성장했다.
물론 위기는 있었다. 유리한 상황에서 바론을 챙기다 스틸을 당했고 이어진 한타에서 '루키·재키러브'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죽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가벼운 해프닝에 불과했다. IG는 프나틱이 바론 버프를 활용하기 위해 미드에 모이자 오히려 바텀을 공략하는 등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후 IG는 허둥지둥하는 프나틱을 상대로 기회가 보이자 과감한 이니시를 걸어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이날 IG의 롤드컵 우승은 새역사로 기록된다. 한국팀이 독차지했던 롤드컵 우승을 중국팀이 최초로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국이 아닌 중국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상징하는 결과다. 최근 중국팀의 국제 대회 성적이 좋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중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팀들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김정수 감독은 "예선전에서 프나틱한테 2번 지기도 했고, 프나틱과의 연습 경기 결과도 좋지 않아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며 "그래서 전략적인 부분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런 큰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롤드컵 내내 좋은 활약을 보인 '루키'는 "항상 자만하지 않고 도전자 입장에서 상대를 대하면 컨디션이 좋았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며 "개인적으로 그동안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해 힘들었다. 또 중요할 때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쳐 항상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전 MVP는 '한국 듀오'가 성장할 수 있도록 뛰어난 경기 운영을 보인 '닝'이 차지했다. '닝'은 "프나틱의 정글러 '브록사' 매즈 브록 페데르센이 항상 먼저 리신을 뽑아줘서 리신에게 좋은 챔피언을 골랐다"며 "이러한 점이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