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위원회, '삼성 반도체 백혈병' 중재안 전달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11년 동안 이어진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분쟁의 당사자들이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했던 중재안이 1일 발표됐기 때문이다. 관심을 모았던 보상지원 대상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 관련 질병을 얻은 전원으로 결정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질환 발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원회)는 이날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한 최종 중재 판정을 내리고 오후 3시 50분쯤 조정당사자인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게 중재 판정 및 권고의 내용을 송부했다.
앞서 지난 7월 삼성전자와 반올림, 그리고 조정위원회 3자는 향후 조정위원회가 마련할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조정위원회는 9월 말에서 10월 초 2차 조정 최종 중재안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중재의 기조는 반도체 및 LCD 작업환경과 질병과의 인과관계에 있어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며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개인별 보상액을 낮추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자를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보상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재 지원보상 대상 영역은 인과성이 의심되거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영역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도, 반증하는 것도 어려운 영역에 해당됐다"며 "따라서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하되 보상수준은 산재보상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재안에 따르면 지원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최초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지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이다. 사내협력업체 현직자와 퇴직자도 포함됐다. 지원보상 기간은 2028년 10월 31일까지다.
지원보상 질병 범위는 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다발성골수종·폐암 등 16종의 암으로 지금까지 반도체나 LCD 관련 논란이 된 암 중에서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을 포함한다. 희귀암 중에서는 환경성 질환이 모두 포함됐다.
희귀질환 대상은 다발성 경화증·쇼그렌증후군·전신경화증·근위축성측삭경화증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진 전체다. 이 외에도 유산 등 생식질환을 포함하며 선천성 기형 및 소아암 등 자녀질환도 보상 질병 범위에 포함됐다.
지원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 원, 비호킨림프종·뇌종양·다발성골수종 등은 1억3500만 원이다. 개인별 정확한 보상액은 근무장소·근속기간·근무시작연도·교대근무·발병연령·질병의 세부 중증도 및 특이사항을 고려해 별도의 독립적인 지원보상위원회에서 산정하기로 했다.
희귀질환과 자녀질환은 최초진단비 500만 원과 완치할 때까지 매년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산은 1회당 100만 원, 사산은 1회당 300만 원 등 최대 3회까지 지원한다.
보상은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올림 소속 피해자 53명에 대해서는 기존 삼성전자의 보상 규정과 이 중재판정의 지원보상안을 모두 적용해 산정한 후 피해자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사과의 경우 대표이사가 반올림 피해자 및 가족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의 주요 내용과 중재판정에 따른 지원보상 안내문도 게시해야 한다. 지원보상대상자로 판정받은 반올림 피해자에게는 최종 지원보상을 받는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대표이사 명의로 된 서신 형식의 사과문이 개별적으로 전달된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500억 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 향후 재발 방지에 힘쓸 계획이다.
조정위원회 측은 "이번 조정 및 중재 사안은 노동 현장에서 부딪치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번 중재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