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들의 경영 실적이 저마다 '최고'를 경신하면서 은행권 수장들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적 기준 5대 은행으로 꼽히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수장의 경영 전략은 국내 금융 전반을 이끄는 주요 역할을 한다. 은행 수장들 모두 1년 이상 조직을 이끄는 '간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더팩트>는 이들의 성과를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은행, 또 우리 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KB사태' 씻고 '리딩뱅크' 굳히기…소통 강화 주력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이달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허 행장은 KB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 수장으로서 '젊은 감각'을 내세워 내부 조직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은행 경영 실적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리딩뱅크' 굳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안정적 실적은 '기본', 조직 문화 혁신이 '방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허인 행장의 주도로 기업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허 행장이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는 앞서 불거졌던 이른바 'KB사태' 영향도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행장과 지주사 회장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회장·행장 겸직 체제가 이어지다가 다시 회장·행장 분리 체제로 돌아온 만큼 이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허 행장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종이·PPT·불통을 없애는 이른바 '3無정책'을 내세웠다. 먼저 지난 7월부터 새로운 회의문화 구축에 나섰다. 화상 기기를 보급하면서 본부부서와 지역영업그룹, 영업점을 연결하는 '화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회의 전체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신설해 자료 공유와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고 문화도 단순화했다. 지난 9월부터 국민은행은 PPT보고서를 사용하지 않고 워드 문서 1-2장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또한 전자보고시스템을 도입해 직급별 순차 보고가 아닌 동시 보고로 절차를 간소화했다.
정례 보고건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중앙에 모으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 산발적으로 흩어진 보고서를 모아 한번에 수정이나 작성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중앙 서버에서는 직원들이 협업을 통해 문서 작성과 검토가 가능해서 보고서 작성부터 절차가 간결해졌다는 평가다.
복장도 단순화했다.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여직원 유니폼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수평적 기업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다. 현재는 유니폼과 자율 복장 가운데 편한 옷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내년 5월부터는 유니폼이 전면 폐지된다.
경영실적도 안정적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은행 순익 '톱'자리를 차지했다. 3분기까지 순익은 7260억 원으로 2분기에 1위에 올라섰던 신한은행(6447억 원)을 제쳤다. 수익성을 볼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을 비교해도 KB국민은행이 1.72%로 신한은행(1.62%), KEB하나은행(1.55%), 우리은행(1.53%) 등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좋은 상황이다.
◆ '젊은' 감각 내세운 디지털 뱅크 전환이 '목표'
내부 문화 혁신에 더해 허인 행장은 '젊은' 감각을 발휘하면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전담팀을 꾸리고 온라인에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BTS(방탄소년단)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관련 광고 영상이 전 세계에서 약 800만 건 이상 되면서 톡톡한 효과를 봤다.
앞으로 허 행장은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일 열린 국민은행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허 행장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들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디지털이 4차산업혁명의 새 물결"이라며 "변화는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오는 2025년까지 총 2조 원 규모로 디지털 관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에코시스템 등 디지털 신기술 역량을 익히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4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허 행장은 디지털 관련 직원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내부 조직에도 디지털을 활용해 핵심 업무를 작은 단위로 쪼개 팀에 배분해 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다.
허 행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대다수 직원들이 디지털 변화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활동과 연수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