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폭행 갑질에 친족 경영까지···상장(IPO)에 드리워진 '먹구름'

지난달 24일 불거진 교촌에프앤비 오너 일가의 폭행 갑질 사건으로 권원강 교촌 회장이 올 초부터 추진해온 기업공개(IPO)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홈페이지 갈무리

교촌에프앤비, 경영 투명성·윤리의식 등 엄격한 상장 기준 부합 '미지수'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교촌에프앤비(F&B)가 오너 일가의 폭행 갑질 논란 후폭풍으로 휘청이고 있다. 폭행 갑질 영상 공개에 이어 권원강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돌아가면서 대표이사, 사내이사로 재직해온 자회사들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오너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촌에프앤비가 공들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불거진 교촌에프앤비 오너 일가의 폭행 갑질 사건으로 권원강 교촌 회장이 올 초부터 추진해온 기업공개(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원강 회장은 올해 3월 창립 기념행사에서 교촌에프앤비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기업공개를 통해 2~3년 내에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증시 진출을 신중히 타진하겠다는 것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최초의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경기 변화와 외부 상황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코스피 상장 작업이 쉽지 않은 편이다. 또한 경기 불황과 경쟁심화 등 업종 자체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시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진의 윤리의식 등 기업의 전반적인 평판을 엄격한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2년 BHC치킨이 먼저 상장을 시도했으나 당시 BHC치킨을 운영한 제너시스BBQ그룹은 상장 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시며 상장 계획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한국거래소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의 불투명한 성장성과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상장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이번 갑질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하고 교촌치킨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권 회장은 해당 폭행 임원인 권순철 전 신사업본부장을 즉각 사임시켰지만, 불매운동이 실제로 확산해 가맹점 매출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교촌치킨이 이번 오너 일가의 일탈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매출 감소 피해를 입는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일명 '호식이방지법(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첫 타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이 이번 사건으로 입은 타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본사는 가맹점 손해를 배상하게 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논란으로 교촌치킨을 오너 일가의 추문으로 피해 입은 가맹점주들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일명 호식이방지법 첫 타자로 지목하고 있다. 사진은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이 임원 폭행 사건으로 지난달 25일 발표한 공식 사과문. /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되면 상장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미스터피자 역시 갑질 후폭풍으로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지난 2년 사이 오너리스크로 인해 기업 이미지와 실적이 추락해, 거래소는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현재 가맹점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보상조치는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권원강 회장의 친족들이 사내이사로 재직해온 교촌에프앤비 자회사들이 줄줄이 적자에 청산 작업에 돌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촌에프앤비 전반에 걸친 '친족 경영'의 부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말 기준 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계열사는 권 회장을 비롯해 부인 박경숙 씨, 자녀 권유진 씨, 6촌 권순철 전 본부장이 돌아가며 대표직과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권순철 전 본부장과 박경숙 씨가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소스 제조 계열사 에스알푸드는 이미 자본잠식으로 청산했다.

오너 일가 위주의 기업 문화로 내부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기업공개 일정은 더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자본잠식으로 청산한 에스알푸드 경영에 관여한) 권순철 전 본부장은 이번 폭행 사건으로 회사를 떠났다"며 "이 와중에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 과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문제로 지적되던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회계 투명성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기본 조건"이라며 "오너리스크로 여러 잡음을 내고 있는 교촌에프앤비 기업공개 절차가 순항할 지 아직 미지수다"라고 예측했다.

saebyeo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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