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 거점 방문…주력 사업 챙기기 차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베트남행 비행기를 탄다. 삼성전자 최대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는 등 휴대전화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함이다. 사운이 걸린 경영 현안을 현장 일선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은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현지 사업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음 날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라인이 위치한 박닌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현장을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보고 받는 등 스마트폰 판매 전략을 가다듬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생산시설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의 중심지다. 삼성전자는 박닌에서 2008년부터, 타이응우옌에서 2013년부터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2곳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연간 1억50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회장은 또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TV·가전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과 관련해 '스마트폰'이 더욱 주목받는 건 해당 사업이 처해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중국 제조사의 등장 등 경쟁 심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올 2분기 기준 20.4%)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 자체가 정체돼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특히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제조사가 중저가폰 수요가 많은 신흥시장 위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2위인 화웨이(15.5%)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4.9%포인트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의 수익도 예전만 못하다. IM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신제품 '갤럭시노트9'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2조1000억 원(추정치)에 머물렀다. 이는 전분기(2조6700억 원)보다 2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900억 원)보다는 무려 36.2%나 감소했다.
스마트폰은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책임지는 주력 사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7조 원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 경기가 하향세를 보이면 삼성전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해외 출장을 통해 시장을 점검하거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 5G, 바이오 등 미래 사업과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우수 인재·원천 기술 확보를 취지로 현장 경영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번 베트남 출장은 이전 출장과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 위기를 타파할 전략을 세우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을 새로 건설하는 계획 등도 보고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베트남에 3번째 공장이 완공되면 베트남의 연간 휴대전화 생산 규모는 3억 대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서남아시아 지역 내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 노이다 공장에 스마트폰 신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 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저가 모델에도 혁신적인 기능을 도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을 계기로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새로운 전략이 추가될지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국과 인도 등 규모가 큰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하다"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이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사업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