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길고양이 불법 포획 일파만파…2014년엔 키우던 고양이 '중고' 취급해 비난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최근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홈플러스 매장이 길고양이를 불법 포획한 사실이 알려져 동물학대 논란에 빠졌다.
홈플러스의 동물학대 파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여름에 부산의 한 매장에서 동물들을 가둬놓고 체험관을 운영해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홈플러스의 동물학대 논란이 잇따르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기업 풍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홈플러스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 매장 직원이 근처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잡기 위해 포획틀 2개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매장 근처에 살던 길고양이가 최근 사체로 발견되자 일부 주민은 홈플러스 측의 소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매장 직원이 고양이를 잡기 위해 포획틀을 설치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매장이 사료 등에 쥐약을 놓았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 등은 불법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홈플러스의 동물권 침해 정황에 대해 동물권행동단체 관계자는 <더팩트>에 "포획틀 사용 자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포획 후 판매 혹은 학대한 사실이 발견되면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은 이 매장이 그동안 '캣맘'들이 주는 사료를 버리는 등 길고양이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해왔다고 주장한다. 부천상동점은 이러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했으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미 홈플러스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 부천 상동 홈플러스, 길고양이 포획틀 설치로 불매운동 번져
주민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신고와 함께 죽은 고양이 사인을 밝히기 위해 고양이 위 내용물과 혈액 등을 채취해 국과수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또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에 항의 민원을 넣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동물학대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국민청원도 올렸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양이가 사체로 발견된 사건은 우리 매장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독살 의혹은) 마녀사냥식 끼워 맞추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전에 길고양이가 매장에 들어와 위생 문제를 지적하는 고객 불만이 많았다"며 "매장 근처에서 키우는 닭을 길고양이가 해칠 우려가 있어 우리 점포 직원이 포획틀을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포획틀로 잡은 고양이는 매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바로 방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이 영역동물인 고양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원래 살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강제로 옮기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영역다툼, 먹이 부족 등의 상황에 놓여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 '동물체험관' '중고 고양이' 논란…동물권 강화 시대 역행
홈플러스의 동물학대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14년 한 소비자가 홈플러스 대구 내당점에서 구입한 홈플러스 PB(자체 브랜드) 냄비가 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폭발 사고로 소비자가 키우던 반려동물 고양이가 화상 피해를 입자 홈플러스가 고양이에 감가상각을 적용해 보상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대구 내당점이 반려동물 치료비 전액 변상을 거부하고 이미 키우고 있던 '중고 고양이'라며 같은 종류의 고양이 분양가의 70%만을 지급하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생명을 물건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내당점은 뒤늦게 태도를 바꿔 부랴부랴 치료비 전액 변상을 약속했으나 이미 반려동물 피해에 대한 홈플러스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은 일파만파로 퍼진 뒤였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홈플러스 부산 센텀시티점은 올해 7월 점포내 실내 동물원 '애니파크'를 운영하면서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홈플러스가 비좁은 우리 안에 동물 여러 마리를 넣거나 동물 특성에 맞는 사료를 주지 않는 등 체험관 운영을 부실하게 했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센텀시티점은 매장내 동물 체험관을 폐쇄했다.
홈플러스가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동물권을 침해하는 점포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직장인 임 모(33) 씨는 "당시 홈플러스 매장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물을 이용했다. 체험관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햄스터·금붕어 등 살아있는 동물을 장난감처럼 다루는데도 홈플러스가 방치했다"며 "동물권 이슈에 홈플러스가 지나치게 가벼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물권 이슈는 동물실험 금지, 모피 반대 운동 등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첫 '동물권 행진'이 지난 14일 열려 '동물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동물권 관련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앞서 올해 6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고양이 임의 도살 금지'를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동물권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