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숨 돌린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 뿔난 가맹점 달래기는 언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스킨푸드가 전국 400여 개 가맹점에 대해 경영난 사태 설명과 대책을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행보로 가맹점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안옥희 기자

가맹점 대책 감감무소식…법정관리, 조윤호 경영권 방어 수단 악용 눈총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수년 간 지속돼 온 영업적자와 유동성 위기로 최근 폐업과 매각설에 휩싸였던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가 지난 8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면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스킨푸드에 분노한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며, 법적대응에 돌입했다.

특히 부실 경영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큰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가 명확한 설명과 대책을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행보로 일관하고 있어 전국 400여 개 가맹점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1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 가맹점주 4명이 지난 8월 스킨푸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며 법적대응을 시작했다.

다른 가맹점주들도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하고 있어 본사와 점주간 소송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들은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 등 주요 임원들에 대한 형사소송도 검토 중이다.

◆ 뿔난 점주들, 본사 상대 손배소 돌입…무책임한 법정관리 비판

앞서 스킨푸드는 지난 8일 경영난을 이유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IBK기업은행에서 빌린 29억 여 원 중 19억 원을 차입금 만기일인 지난 10일까지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킨푸드는 "현재 현금 유동성 대비 과도한 채무로 일시적인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이 채권자 등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법원이 모든 채권과 채무를 동결시키기 때문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즉 법정관리 신청 직전 발행했던 채권이나 어음을 갚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상거래 채권까지 동결되기 때문에 발주업체로부터 주로 어음을 받는 거래처들은 돈을 받을 길이 없어지게 된다.

스킨푸드는 가맹점주 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직영점 직원들에게도 돈을 미지급했다. 협력업체인 두성캠테크·아이튜벡스(용기제조업체), 제일참(포장업체) 등은 스킨푸드 본사로부터 납품대금 20억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협력업체 14곳이 법원에 스킨푸드 자회사 아이피어리스 안성공장 부지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점주들은 스킨푸드가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 지연으로 공장부지를 가압류 당해 제품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라 10개월 가까이 물품조차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고 있다. 인력업체들에 대금을 주지 않아 최근 매장 직원 181명이 권고사직 당하자 가맹점주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일 오전 스킨푸드 공식 온라인몰에 물량 공급 차질로 인해 주요 제품이 품절돼 주문이 불가능한 상태다. /스킨푸드 갈무리

서울 시내 스킨푸드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는 "10개월 동안 물품이 안 들어오더니 이제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가 들어와 사실상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어렵다"며 "위약금 문제로 폐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이미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그 채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소송에서 채권의 존재와 금액이 확정되면 회생계획에 따라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스킨푸드가 가맹점주들의 보증금과 판매수수료를 반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있는 조윤호 대표가 경영권은 방어하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꼼수로 기업회생절차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회생절차는 본래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마지막 생존수단이었지만, 개정 이후 부실기업들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고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부채를 탕감받을 수 있어 빨리 부실을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존 경영자인 조윤호 대표는 개정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의 '관리인 선임제도'를 통해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가맹점주 B씨는 "업계에서 조윤호 대표가 경영권을 고집하고 있어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법정관리 신청도 경영 실패 책임 회피와 경영권 유지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스킨푸드는 가맹점주들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과 대책을 내놓지 않는 등 불통 행보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 공급 차질 등의 문제를 참다 못한 점주들이 지난달 17일 조윤호 대표를 찾아갔을 때 그는 "사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위약금, 보증금 등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고 보전처분이 내려져 있는 상태"라며 "현재 여러 매장 점주들, 해외 법인 및 에이전트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상생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 스킨푸드, 역사 속 사라지나…조중민·조윤호 父子 가업 2대 째 '휘청'

스킨푸드는 조중민 전 피어리스 회장의 장남인 조윤호 대표가 2004년 설립한 회사다. 현재 지분율 77.28%로 최대주주인 조 대표를 포함해 오너 일가와 관계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세 경영인인 조윤호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 화장품 사업 재건을 위해 피어리스 부도 4년 만에 차린 회사가 스킨푸드였다. CI(Corporate Identity)에도 부친이 피어리스를 창업한 '1957년(since 1957)'을 넣어 2대째 이어진 가업이란 정체성을 드러냈다.

조윤호 대표가 가업을 잇고 있지만, 부친의 피어리스처럼 스킨푸드도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면서 '부도 위기'까지 되물림 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부친인 조중민 회장은 피어리스가 IMF 외환위기를 끝내 이겨내지 못해 2000년 최종 부도처리됐던 아픔이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있는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가 경영권은 유지하고 부채를 탕감 받으며, 책임은 회피하려는 꼼수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임세준 기자

스킨푸드는 2010년 자연주의 콘셉트로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카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첫 푸드 코스메틱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며 한때 국내 422개, 국외 11개국에 20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브랜드로 성장했다. 미샤와 페이스샵 등과 경쟁하는 매출 3위 기업이었지만, 2014년부터 적자 수렁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스킨푸드의 경영난 원인을 조윤호 대표의 경영 실책에서 찾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가맹점주는 조윤호 대표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감소하면서 시장 상황이 악조건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와 사드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스킨푸드를 비롯한 국내 대표적인 로드숍 브랜드들은 부침을 겪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시장이 로드숍에서 올리브영·랄라블라(구 왓슨스)·롭스·시코르·라코 등 H&B 스토어와 편집숍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세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은 설 곳을 잃고 있다. 그동안 '원 브랜드 숍' 방식을 고수하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마저도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최근 각각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을 통해 '멀티 브랜드 숍' 전환을 시작했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조윤호 대표 영업 전략도 독이 됐다. 스킨푸드는 시장 침체에도 '365일 노세일(No-sale)' 원칙을 고수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소비자 쇼핑 패턴 변화에도 대처하지 못해 온라인 유통채널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도 매출 감소의 원인이 됐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169억 원 초과했으며 부채비율은 781%에 달했다.

해외법인 상황도 좋지 않다. 스킨푸드 중국법인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자본잠식, 미국법인은 2016년부터 2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2014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스킨푸드의 감사법인 안세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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