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한계' 가상화폐 거래소, 해외 사업으로 활로 찾는다

국내 상위권 가상화폐거래소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왼쪽)과 업비트 웹페이지. /더팩트DB, 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빗썸은 홍콩·업비트는 싱가포르…규제 덜한 해외로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실상 국내에서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 탓에 거래소들이 한계를 느낀 것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산업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해외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달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이달 초 싱가포르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연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 국가'를 표방한 만큼 글로벌 역량을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빗썸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최근 싱가포르 기반의 BK 글로벌 컨소시엄이 빗썸의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글로벌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홍콩에 거래소를 열어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두 거래소의 공통점은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나라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규제가 거의 없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대가로 지급되기 때문에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에 가상화폐 거래 활성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홍콩 등은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돼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사업을 전개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국내 규제 탓에 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국가로 나가야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국가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적은 곳이 많다"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세계적인 산업이기도 한 만큼 규제가 적은 해외로의 진출이 사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는 아직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가상화폐거래소들이 규제가 덜한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ixabay

국내에서는 가상화폐가 아직도 '규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다. 아직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다루는 뚜렷한 법률도 없다. 특히 이달부터는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벤처업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거래소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이 사실상 끊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권도 거래소의 신규 계좌 발급을 막고 있다. 자산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정부 차원에서도 가상화폐 관련해 뚜렷한 정의가 없지 않나"며 "가상화폐가 자산으로서는 아직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거래소를 적극 육성해야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팀에 의뢰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의 고용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책지원 하에는 블록체인 산업이 신규 일자리를 17만 개 이상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태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가 발표한 신산업 분야에서의 일자리 목표인 9만2000개와 비교하면 블록체인 산업은 그보다 2배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한다는 것은 산업 특성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진대제 회장 또한 "정부가 블록체인 진흥·가상화폐 규제'의 제한적인 정책을 지속할 경우 국내 거래소 폐업이나 본사 해외 이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는 기존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해 산업 발전 저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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