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글로벌 행보→M&A' 삼성전자 미래 신사업 공략 본격 시동

삼성전자가 차세대 네트워크 트래픽, 서비스 품질 분석 전문 솔루션 기업 지랩스를 인수했다고 17일 밝혔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AI·5G·바이오' 신사업 투자 '25조' 청사진 구체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간 지 8개월여 만에 삼성전자가 올해 첫 인수합병(M&A) 신호탄을 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에 이어 지난 8월 미래 성장사업에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후 M&A의 물꼬가 터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5G), 전자장비(이하 전장), 바이오 등으로 압축되는 미래 성장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신규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7일 차세대 네트워크 트래픽, 서비스 품질 분석 전문 솔루션 기업 '지랩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랩스는 지난 2008년 설립 이후 통신 네트워크의 상태와 성능, 데이터 트래픽 등을 서비스별로 분석해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는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삼성전자는 5G 선도 기술과 지랩스의 망분석 노하우를 결합해 사용자 중심의 5G 네트워크 기술 혁신을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역시 지랩스 인수 배경 및 향후 계획과 관련해 "5G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으로써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로 무한히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는 지랩스와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5G 인프라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랜스 인수는 삼성전자의 올해 첫 M&A라는 데 의미가 크다. '이재용 체제' 전환 이후 삼성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 핵심 3대 신수종 사업을 중심으로 10여 건에 달하는 M&A를 성사시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 같은 해 11월 딥러닝 기술 기반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한 이후 M&A 소식은 1년여 동안 자취를 감췄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 때와 같은 '매머드 급' M&A는 아니지만, 지랩스 인수는 올 하반기 삼성이 AI, 5G, 바이오사업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통 큰 투자를 공언한 이후 처음으로 시행에 옮겨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이후 최근까지 유럽과 캐나다, 일본, 홍콩, 인도 등 글로벌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AI, 자동차용 전장 등 미래 신사업 관련 현황을 점검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 제공

올해 첫 M&A의 '목적' 역시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이달 초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유럽과 캐나다, 일본, 홍콩, 인도 등 글로벌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AI, 자동차용 전장 등 미래 신사업 관련 현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와 맞물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삼성전자의 신규 투자도 글로벌 인재영입과 스타트업 투자 목적의 전용 펀드 조성, AI 연구센터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히 전개됐다. AI, 5G, 바이오사업 등에 약 25조 원을 투자해 관련 분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전자가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설립한 'AI 연구센터'는 이 부회장도 각별히 공을 들이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달 내 캐나다 몬트리올에도 AI 연구센터를 추가로 개소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오는 2020년까지 AI 연구센터에 10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17일 발표한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 육성 계획에서도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5년 동안 집중 육성할 외부 스타트업으로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AI 'API'와 '챗봇'을 개발하는 '데이터리퍼블릭'을 포함하는 등 지원 대상 범위를 기존 모바일 분야에서 IT 기술 분야로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랩스 인수는 미래 신사업 투자의 일환이다"며 "지난 8월 발표한 25조 원 규모의 미래 성장 사업 투자 계획에는 신규 M&A도 포함돼 있다. AI와 5G, 전장, 바이오 등 4대 미래 신성장 분야에서 경쟁력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