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이색계열사⑫] 토니모리 '에이투젠', 코스메틱 톱3 '시금석'(영상)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 토니모리가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연구개발업체 에이투젠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더마코스메틱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 연구원이 에이투젠 본사내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대전=지예은 기자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토니모리, 개인 맞춤형 기능성 식품·의약품으로 사업 다각화

[더팩트ㅣ대전=지예은 기자] "에이투젠은 토니모리의 개인 맞춤형·예방형 건강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 프로바이오틱스(기능성 유산균)를 활용한 화장품 소재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성장 동력입니다." (토니모리 관계자)

화장품 제조·판매 전문 업체 토니모리(회장 배해동)가 '유쾌한 도전'에 나섰다. 화장품 전문 기업에서 건강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화장품 회사가 피부가 아닌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에 도전하는 게 이색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은 다른 분야이지만 '합일'이 된다면 환상적인 궁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토니모리는 새로운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처음에는 낯선 이색 도전이 궁극적으로 토니모리의 미래를 밝힐 시금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탄탄한 경쟁력을 쌓은 화장품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토니모리의 향후 성장 동력은 화장품에 의약품의 기능성을 담은 더마코스메틱(Derma Cosmetics) 시장이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s)'을 합친 것으로 화장품에 피부과학의 전문성을 더한 제품을 말한다.

이를 위해 토니모리는 자회사 '에이투젠(AtoGen)' 에 날개를 달고 비상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에이투젠은 프로바이오틱스(기능성유산균), 유전체 분석 기법을 활용해 건강 기능성 식품을 만드는 업체다. 메가코스, 에이투젠, 메가코스바이오, 토니모리 칭다오 법인 등 총 4개의 자회사를 지닌 토니모리가 '에이투젠'을 내세운 이유에는 유산균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한 데에 있다. 건강 기능성 제품과 의약품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올해 혁신과 성장을 목표로 개인 맞춤형 건강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토니모리 제공

10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있는 에이투젠 본사 내 기업부설연구소에 도착했다. 연구소에는 하얀 가운을 걸쳐 입은 연구원 9명이 각종 실험에 몰두 중이었다. 연구소에는 가동 중인 최첨단 장비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이들 연구원은 매우 진중한 표정이었다. 어떤 실험이 진행 중인지 묻자 최용운 에이투젠 학술영업 총괄이사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장 내 미생물)에 기반한 의약품 소재 및 건강 기능성 식품 소재 개발에 한창이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실에서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위해 수집된 개인 유전자를 추출·증폭·분석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담당 연구원은 기다란 전문가용 스포이트를 꺼내 유전자를 뽑아낸 후 이를 컴퓨터에서 분석하고 있었다.

세포배양실험실에서는 분리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분리배양하는 실험과 기능성을 검증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서 일차적인 방어막 역할을 하는 유익균(몸에 좋은 유산균)을 활성화하고 유해균을 억제하는 유산균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소비자층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2013년 3884개에서 지난해 1만80개로 불과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대다수가 더마코스메틱과 관련이 없는 일반 화장품이다.

이에 비해 토니모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화장품은 물론 건강 기능석 식품, 의약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1월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연구개발업체 에이투젠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중∙장기 비전인 '2025년 코스메틱 톱(TOP)3'를 목표로 국내외 미용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014년 설립된 에이투젠은 건강 기능성 식품, 의약품, 여성 관리 제품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이 업체는 충남 대전에 본사와 기업부설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연구개발 인력을 포함한 10명이다. 최대주주는 토니모리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 프로바이오틱스 유전분석 전문가 총출동

에이투젠은 연구소 부지가 132㎡(약 40평)에 불과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개발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억9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에이투젠은 지난 5월 52억 원 규모의 굵직한 국책과제를 비롯한 총 3개 국책연구를 따내는 성과를 이뤘다. 아직 규모가 작은 기업이 국책과제에 뛰어들 수 있었던 데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활용 기술 개발을 성공시킨 유전분석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원은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검사, 안전성 검증, 유효성 검증(세포실험·동물실험), 유전자 분석 등을 다루고 있다.

강지희 에이투젠 대표는 "(에이투젠은) 유산균을 주로 스크리닝(검사) 해오던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전문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는 프로바이오틱스 기술과 유전체(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 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았다. 그런데 그런 전문가 중 한 명이 본인이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유전체) 조절을 하는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려는 업체들이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마이크로바이오틱스 기업 중에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갖춘 곳은 4~5곳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이투젠이 비록 업력은 짧지만 보유하고 있는 개발 기술력과 전문 인력은 그 어느 업체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강지희 에이투젠 대표, 최용운 총괄이사, 백현거 총괄본부장(왼쪽부터)이 취재진에게 미래 성장 동력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예은 기자

설립한 지 올해 5년을 맞는 에이투젠은 기능성 유산균을 분리하고 유전체 해독을 할 수 있는 국내외 특허를 6개 보유하고 있다. 최용운 총괄이사는 "기존 회사들이 유전체 분석을 외부에 의뢰하지만 에이투젠은 자체 유전체 분석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강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원천 특허기술을 통해 (사람마다) 다른 장 내 미생물 전체를 분석하고 좋은 신진대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며 질병 치료도 돕는 개인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전체는 장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있어 에이투젠이 보유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바이오 기술 기반 화장품은 물론 의약품과 건강 기능성 식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성 전문 제품 및 유산균 소재 화장품 '눈앞'

에이투젠은 모회사 토니모리와 손잡고 여성 관리 제품과 유산균 소재 화장품 개발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 여성 질염을 예방하고 보호하는 특허 대상 균주들을 분리하고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토니모리는 에이투젠 기술력을 활용해 신(新)사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강 대표는 "전 세계 여성 인구의 75%가 염증성 여성 질환 감염으로 고통을 받고 이 가운데 50%는 재발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효능을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년 1~2월쯤 여성청결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여성청결제에 이은 다음 과제로 식품과 의약품 분야를 꼽았다. 그는 "세포 실험을 통해 미백이나 주름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을 이미 마쳤고 토니모리에도 이를 제안해 상품 기획이 진행 중"이라며 "더마코스메틱을 넘어 건강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에이투젠은 특화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력과 모회사 토니모리와의 협력을 통해 여성 전문 제품과 건강 기능성 식품, 의약품 제품 개발에 열중이다. 에이투젠 연구원들이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에이투젠 제공

최용운 총괄이사는 "연구 개발에 주력하다 보니 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며 "모기업 토니모리가 연구 자금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어 특허출원과 신제품 개발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에이투젠은 지금껏 확보한 프로바이오틱스 기술을 더욱 개발해 세계적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인 덴마크의 '크리스찬 한센'이나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 같은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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