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국민 여러분께 죄송…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집행유예 선고 '집으로'

[더팩트ㅣ의왕=안옥희 기자·김서원 인턴기자]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235일 간의 구치소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올해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돼 지난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던 신 회장은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며 자유의 몸이 됐다.

이날 오후 5시 13분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나타난 신 회장은 한 손엔 종이 쇼핑백을 들고 우산을 든 채 취재진들 앞에 섰다. 구치소 정문 앞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신 회장의 출소 길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40여 명의 취재진들로 붐볐다.

신 회장은 모여든 취재 인파를 보고 다소 긴장한 표정을 비쳤으나 이내 다시 여유로운 표정을 되찾았다.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 답했다.

이어진 '롯데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취재진 앞에 선지 2분만인 오후 5시 15분 준비된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신 회장은 이날 출소 이후 자택이 아닌 롯데월드타워로 가 주요 임원진들과 만난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 측에 70억 원 상당을 지원한 혐의로 올해 2월 13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 8개월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오며 신 회장은 한 번의 생일과 설과 추석 두 번의 명절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은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35일 만에 풀려났다.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낸 K스포츠재단 70억 규모의 제3자 뇌물 공여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뇌물을 제공한 만큼 신 회장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최고권력인 대통령이 먼저 (지원을)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며 "수뢰자 강요에 따라 의사결정 행위가 이뤄진 상황에서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강요죄의 피해자이면서 뇌물의 공여자라는 지위도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공갈·강요의 피해자가 뇌물공여죄로 기소돼 처벌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도 설명했다.

롯데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총수 일가에 공짜 급여를 지급했다는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 것을 용인했을지언정 공모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어 무죄로 바꿨다.

다만 유죄로 인정된 배임혐의에 대해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책임이 무겁고 (신동빈 회장은) 수동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해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판단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동안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나가는 한편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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