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사, 3분기 순익 3조 원 육박할 듯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은행권이 올해 3분기에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으며 호(好)실적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리딩뱅크' 자리다툼과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3위 경쟁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금융사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2조9916억 원으로 3조 원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동기(2조5049억 원) 대비 19.4% 증가한 수치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자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가계일반대출 비중이 상승했고, 비이자이익 다변화가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모뉴엘 충당금 환입이 호실적에 기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은행 전체적으로 금호타이어와 모뉴엘 충당금이 각각 2300억 원, 570억 원으로 총 3000억 원 규모의 환입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곳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격돌이다. 신한금융이 최근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게 됐지만,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 만큼 당분간은 KB금융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금호타이어와 모뉴엘 충당금 환입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전망이다. 전세보증금, 기업, 중소기업대출도 골고루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KB금융은 3분기 연속 9000억 원대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9403억 원으로 전년(8975억 원) 대비 4.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익은 전년(8173억 원)보다 5.4% 늘어난 861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별한 일회성 수익은 없지만, 전세자금, 기업 여신 중심 성장으로 경상적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쟁이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은 큰 폭의 실적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우리은행을 다시금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할 경우 하나금융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3분기에 6140억 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5100억 원) 대비 20.4%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금융도 금호타이어 관련 충당금 환입이 800억 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 폭은 더욱 크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STX 충당금 환입 500억 원가량이 반영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전년(2801억 원)보다 105.4% 급증한 575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30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의 순위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1분기에 4921억 원의 순익을 거두며 우리은행( 6367억 원)에 밀렸지만, 다른 분기에서 내내 3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연간 순익에서 하나금융은 2조368억 원 우리은행(1조5121억 원)을 5247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1조3059억 원의 순익을 올리며 하나금융(1조3038억 원)을 21억 원 차이로 근소하게 앞질렀다. 그러나 3분기 순익은 하나금융이 385억 원 차이로 다시금 우리은행을 누르고 3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은행권이 대출규제에도 호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데, 금리모멘텀 측면에서 은행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대책 중 대출규제에 의해 향후 대출증가율이 낮아질 여지는 있으나 이미 대출증가율은 5% 정도로 낮아져 있어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며 "2분기 대비 부실채권 정리 규모가 감소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자산건전성 지표는 소폭 상승할 여지가 있으나 추세적 변화를 우려할 만한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