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표준시장단가 적용 땐 예산 4.5% 절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다.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추정가격 100억 원대 미만 공공건설 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행정안전부 예규의 개정을 건의, 관련 조례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실현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일자리 감소와 중소업체 경영 악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 공사는 표준시장단가가 아닌 '표준 품셈'을 적용하고 있다. 표준 품셈은 재료비와 인건비, 기계장비 등 부문별 공사 비용을 표준화하고 있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는 과거 수행된 공사의 계약 단가와 입찰단가, 시공단가에서 축적된 공정별 단가를 바탕으로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 품셈보다 시장 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단가가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경기도는 최근 2년간 도에서 발주한 10억~100억 원 공사 32건에 대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평균 4.5%가량 예산이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사는 표준시장단가로 공사를 진행해도 품질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표준시장단가의 구조적 한계와 국내 공공건설 공사 추진 절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공사 예정가격의 경우 이미 지난 15년간 큰 폭의 하락이 이루어져 적정 공사비 산정에 대한 요구가 거센 실정임에도 100억 원 미만 공사까지 표준시장단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면, 소규모 공사를 주로 수행하는 중소기업의 피해 가중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 규모별 규모의 경제 발생 유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차에 기인한 생산성 차이의 발생이 불가피한데 이를 고려치 않은 획일적인 대형 공사 단가 적용은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가 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소규모 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것은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라고 꼬집었다. 전 부연구위원은 "지자체 발주공사의 원가 산정 적정성을 심사해 사전에 예산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계약심사제도가 이미 운영 중이며, 적극적 견적가 활용 등을 통한 직접 공사비 감액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무리한 공사비 감액 정책은 지역경제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 공사에 대해 표준시장단가 적용 때 전체 노무비 감소분은 최소 2300억 원에서 최대 5900억 원으로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비 감소는 4700~1만2000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