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이색계열사⑩] 현대백화점그룹 '에버다임', 미래의 성장 엔진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그룹에서 벗어나 건설 중장비라는 새로운 이종(異種) 사업에 도전, 그룹 미래를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사진은 충북 진천에 있는 에버다임 생산 공장 전경. /충북 진천=안옥희 기자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현대百그룹, '이종(異種) 사업'으로 유통-건설 중장비 협업 시너지 극대화

[더팩트ㅣ충북 진천=안옥희 기자] "에버다임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사업 분야인 중장비 사업을 통해 제조업 분야에서 도약을 꿈꾸는 그룹의 미래 성장 엔진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현대백화점그룹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통사업인 백화점을 토대로 건설 중장비라는 새로운 '이종(異種) 사업'에 도전장을 내고 미래 성장 엔진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28개 계열사 가운데 유통업에 버금갈 만큼 그룹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건설중장비업의 대표주자는 바로 에버다임(Everdigm-Everlasting paradigm)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건설기계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를 지닌 에버다임은 지난 2015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합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성장동력을 찾는 정지선(46) 회장의 의지에 따라 사업 지주회사 격인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2015년 에버다임을 인수해 중장비 분야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1994년 설립된 에버다임은 충북 진천군에 본사와 공장을 둔 건설기계‧특장차 제조업체로 직원 수가 400여 명이다. 최대주주는 현대그린푸드로 지분 45.17%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다임은 전통적 제조업에서 탈피한 융‧복합으로 혁신 속도를 높이며 건설기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후발주자이지만 기술 혁신을 통해 해외 선두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주력인 유통업이 성장 정체에 빠지자 그룹사와 협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들을 인수하며 신(新)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정 회장이 건설기계, 특장차 제조업체 에버다임을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더팩트DB

에버다임은 국내 3개(한국타워크레인, 에버다임 락툴, 타이포스), 해외 4개(중국, 몽골, UAE, 미국) 종속법인을 통해 건설‧토목‧재난‧자원 관련 현장에서 사용되는 콘크리트 펌프 트럭(CPT), 어태치먼트(ATT), 록드릴, 소방차, 타워크레인 등을 생산한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에버다임이 생산한 특장차(콘크리트 펌프 트럭, 소방차)와 각종 건설기계(어태치먼트, 타워크레인)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 아랍 에미리트연합(UAE), 미국 등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주력사업은 콘크리트 펌프 트럭, 타워크레인, 어태치먼트 등 건설‧토목 관련 장비로 전체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한다.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콘크리트 펌프카는 건물 23층 수준까지 타설(레미콘을 부어 넣음)이 가능한 65m급에 이어 최근 70m급까지 개발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굴착기 앞에 부착해 사용하는 각종 브레이크를 뜻하는 어태치먼트는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 영역이다. 에버다임은 이뿐 아니라 소방차, 락드릴 등 소방, 자원 관련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 매출액은 15조9000억 원이었다. 그 중 에버다임 매출은 3400억 원대로 그룹 전체 매출 비중의 4.7%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에버다임이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을 축적하면 이익 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 에버다임, 기술력으로 세계무대 누비는 중장비 '다크호스'

지난달 18일 방문한 충북 진천 에버다임 생산공장은 제작이 끝난 소방차와 각종 부품에 대한 품질 및 안전 테스트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콘크리트 펌프카, 소방차 등을 만드는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약 1만1500㎡(3500평) 규모 부지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에버다임이 생산하는 소방차 등 특장차와 건설기계는 건설, 토목, 재난, 자원 관련 분야 등 특수한 현장에서 쓰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선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막 제작 공정을 마치고 테스트 작업을 위해 실외로 옮겨진 콘크리트 펌프카들은 빨간색, 파란색, 에메랄드색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18일 방문한 에버다임 충북 진천 생산 공장에서는 주력제품인 콘크리트 펌프 트럭 등 특수차량에 대한 품질 및 안전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소방 고가 사다리차는 재난 현장에서 쓰이는 특수차량인 만큼 사다리 작동과 흔들림 여부, 안정성 등을 철저하게 테스트한다. /진천=안옥희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마다 선호하는 색상이 다른데 흰색과 에메랄드 색상으로 이뤄진 콘크리트 펌프카는 중동 고객들이 선호한다"며 "에버다임은 색상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춤 제작하기 때문에 고가이지만, 그만큼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에버다임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기술 경쟁력 덕분이다. 에버다임은 동종업계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아 제품 설계와 디자인 관련 특허를 해마다 10개 이상 내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누계 기준 48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1.5% 수준이다. 에버다임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에버다임은 R&D 성과로 콘크리트 펌프카와 소방설비를 결합한 특수 소방차 '워터타워'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특수 소방차는 10억 원대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정밀한 화재진압이 가능해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방차의 본고장인 유럽 소방안전규격(CE) 인증도 보유하고 있다.

에버다임이 이처럼 R&D에 매진하는 이유는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기술 고도화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세계 중장비시장은 거대자본을 무기로 해외 선두기업을 인수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기업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버다임은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중국 제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에버다임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특장차 시장은 과점체제로 규모가 한정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현대건설기계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견기업인 에버다임과 KCP중공업, 전진중공업이 점유율을 나눠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에버다임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이 불가피하다. 에버다임은 주요 수출국인 중동,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동남아 등을 비롯해 현재 80여 개국에 150여 개 딜러망을 가지고 해외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공장 곳곳에는 안전과 품질, 원가 혁신을 강조하는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에버다임은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기술 고도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해외 사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은 정부 주도로 도시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구축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건설 중장비 수요가 늘고 있으며, 잦은 지진과 화재로 소방차 등 특수차량 도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시장은 소방차, 건설기계 노후장비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건설 중장비 사업은 정부 SOC투자 정책, 자원 가격에 따른 개발수요 등과 같은 토목경기와 주택건설, 플랜트건설 등 건축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신시장 개척이 필수다. 주요 시장이었던 중동시장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중동지역 정세불안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여서 에버다임은 미국, 캐나다 등 선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파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에버다임 성장은 수출 비중 확대에 달려 있다"며 "또한 건설업이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이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시장 개척과 신제품 출시로 내수와 수출을 균형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공장 증축과 설비 보완을 할 계획이며 시스템 구축과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 정지선 회장, 제조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 찾아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시장을 확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시프트(shift·전환)'를 추진해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 지난 6월 창립기념사)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새 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변화와 혁신, 도전정신을 주문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창립기념사를 통해서도 기존 사업 방식과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전환'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에버다임이 만든 건설기계와 부품, 특수차량은 중동,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 세계 건설·토목·재난·자원 관련 현장으로 수출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타워크레인, 소방차, 어태치먼트.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정 회장은 주력사업인 유통업이 성장 정체에 빠지자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 한섬,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해 패션과 리빙‧홈퍼니싱 부문을 강화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으로 렌탈사업과 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어 사업 영역도 넓혔다. 최근에는 현대홈쇼핑을 통해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내장재 업체 한화L&C 인수 작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L&C를 인수한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은 단숨에 국내 종합 인테리어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기존 계열사와 상호보완할 수 있는 회사 인수를 통해 연관성 있는 사업을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그룹사와 시너지 극대화를 일궈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2015년 인수한 에버다임은 그룹 균형 성장 도모를 위한 새 성장축으로 연 매출 3400억 원에 250억 원 정도 이익을 꾸준히 내는 알짜 계열사로 그룹 내 위상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건설업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리스크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룹사와 시너지 측면을 고려해 제조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에버다임 사업이 자리를 잡아 국내‧외 경쟁력을 갖춰가면서 소방차, 락드릴 등 소방과 관련한 사업부문도 점차 매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다임은 이미 국내에서 타워크레인과 소방차 1위, 콘크리트 펌프카 2위 등 특장차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2013년 당시 타워크레인 1위였던 한국타워크레인 인수 등 관련 분야 선두업체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결과다. 최근에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콘크리트 펌프카 국내 1위 업체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경쟁업체 전진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된다면 에버다임은 국내 콘크리트 펌프카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업계는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전진중공업 인수가 에버다임의 해외 시장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과 제조업을 양대 핵심축으로 삼아 균형 성장을 추진 중인 현대백화점그룹은 에버다임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에버다임 충북 진천 본사 전경. /진천=안옥희 기자

중장비 분야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 시너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에버다임이 건설기자재 납품 및 해외원자재 아웃소싱 등 B2B(기업 간 거래)에 강점이 있는 현대리바트 법인영업부와 협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구 제조와 중장비 제조업 등 연계 사업을 묶는 패키지 방식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룹사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따내면 에버다임(건설기계)이 현대그린푸드(식사), 현대리바트(숙소) 등과 패키지로 진출해 협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그룹 관계자는 "에버다임은 건설 장비와 디젤 발전기 등 여러 패키지가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관련 포트폴리오를 마련해놓고 있다"며 "고객사 수요에 따라 다양한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게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특히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와 온라인 중심 쇼핑 시장 재편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유통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에버다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룹 관계자는 "에버다임이 올해 국내 건설시장 위축 및 해외시장 회복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술 경쟁력에 기반한 신제품 개발과 신규 수주로 만회할 것"이라며 "건설기계, 소방차 등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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