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차 0.75%포인트 이를 듯…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 차와 환차익을 겨냥해 움직이는 캐리 자금(Carry trade)의 동향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5~26일(현지 시간)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50%포인트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은 '금리 역전'상태다. 연준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올리면서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다. 이후 연준은 6월에도 금리를 한 차례 올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75%~2.00%까지 올랐다.
이에 비해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1.50%로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째 동결됐다. 한은의 올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만이 남아있다.
만약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금리 차는 0.75%포인트로 확대된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도 검토하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간다면 연내 1%포인트까지 금리 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 둔화, 경기지표 악화 등을 이유로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도 장기화되고 있어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한은은 미국과의 금리역전이 커져도 당장 자본 유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금리 역전 상황이 지속됐지만 외국인 증권자금이 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한은은 "투자금이 수익을 좇아 금리 차이 및 환율전망을 반영해 발생하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상 기조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오고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적 기조가 강해진 상황이다. 또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금리 관련 발언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역전된 한·미 간 금리 차가 더 커지면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신흥국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은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한은은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에 한은 본관 15층에서 미국 연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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