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략? 대화면·카메라 집중 추세 여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올 하반기 주요 제조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전략은 지난해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다를 바 없다. 화면을 키우고 카메라 성능을 강화하는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성능과 배터리 용량·저장 공간을 늘리며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큰 틀에서 봐도 혁신을 위한 도전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지난해와 비슷했다.
◆ 스마트폰 화면, 6인치는 기본?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블릿(태블릿과 스마트폰의 합성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패블릿 원조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신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신제품도 더욱 커진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주요 제조사의 신제품 화면 크기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6.4인치, 애플 '아이폰XS'(맥스) 5.8인치(6.5인치) 등이다. 다음 달 4일 공개되는 LG전자 신제품 'V40 씽큐'도 6.4인치 대화면을 탑재할 전망이다. 중국 제조사 화웨이는 역대 최대인 6.9인치 디스플레이를 신제품 '메이트20프로'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대화면을 선호하는 이유는 고화질 동영상과 고사양 게임 등의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화면이 작아야 조작이 편하다고 주장했던 애플의 고집을 꺾었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을 준비하면서 화면 크기를 대폭 늘렸다. 또 이를 강조하기 위해 상위 모델의 수식어를 '플러스'에서 '맥스'로 바꾸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화면을 늘려 더 큰 폭의 마진을 남기고 스마트폰 사용량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사의 '대화면 사랑'은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는 전작보다 0.6인치 커진 '갤럭시노트8'을, LG전자는 0.3인치 커진 'V30'을 내놓은 바 있다. 그나마 애플이 5인치대 크기를 유지하며 물리적으로 큰 제품을 내놓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었지만, 홈버튼을 없애고 베젤을 줄이는 등 더 큰 화면을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였다.
이를 종합하면 대화면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7인치대 스마트폰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 스마트폰 카메라의 진화는 계속된다
제조사들이 대화면과 함께 고집하는 스마트폰 성능은 바로 카메라다. 카메라가 스마트폰의 핵심 성능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카메라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제조사의 노력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갤럭시노트9'은 촬영 장면을 인식해 최적의 촬영 환경을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탑재했다. 또 1200만 화소 슈퍼 스피드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를 장착해 초당 960개 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카메라' 기능을 지원한다. 또한, 업계에서 가장 밝은 F1.5 렌즈와 F2.4 렌즈의 '듀얼 조리개'를 탑재했다.
'아이폰XS'는 스마트HDR과 심도 조절 등의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HDR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4장 이상의 사진이 합성되는 방식으로 최고 품질의 사진을 제공한다. '심도 제어'는 사진을 찍고 심도계를 조절해 인물뒷 배경을 흐리게 하거나 뚜렷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갤럭시노트9'과 '아이폰XS'는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듀얼 카메라는 이제 최신 스마트폰의 기본 사양이 됐다. 이 때문에 카메라에서 차별화를 노리는 LG전자는 '트리플 카메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V' 시리즈를 통해 카메라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해온 LG전자는 지난해에도 사물을 비추면 최적의 촬영 모드를 추천해주는 기능 등을 신제품에 적용하기도 했다.
LG전자 'V40 씽큐' 초청장을 살펴보면 하나의 피사체를 표준·초광각·망원 등 3개의 모드와 아웃포커스로 촬영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놓고 업계는 'V40 씽큐'가 국내 스마트폰 최초로 후면에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V40 씽큐'의 후면 카메라는 1200만·1600만·1200만 화소를 지원할 전망이다.
트리플 카메라는 화웨이가 'P20' 시리즈에 처음 탑재해 주목받았다. 화웨이는 하반기 '메이트20'에도 진화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 서로 닮아가는 스마트폰
이외에도 제조사들은 배터리 용량·저장 공간을 늘리며 제품의 기본기를 탄탄히 했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활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갤럭시노트9'은 전작보다 700mAh나 큰 4000mAh 배터리를 채용했다. 배터리 사양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애플도 "전작보다 배터리 수명이 30분 더 연장됐다"고 밝혔다.
저장 공간은 512GB가 대세다. '갤럭시노트9'과 '아이폰XS' 모두 최대 512GB를 제공한다. 512GB는 고화질 4메가바이트(MB) 사진 약 13만1000장을 보관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필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탑재한 AI 플랫폼 '빅스비'의 자연어 인식과 학습 능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애플도 AI를 탑재한 중앙처리장치(AP)인 A12 바이오닉 칩을 '아이폰XS'에 새롭게 탑재했다. LG전자 'V40 씽큐' 역시 AI 브랜드인 '씽큐'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다양한 AI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화면 크기가 더 커지고 카메라 성능 및 기본 사양이 개선되는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 제조사의 전략이 바뀌지 않으면서 제조사별 신제품이 서로 닮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올 하반기 신제품은 전작과 외관이 유사해 더욱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스마트폰은 어떤 제조사의 제품이건 비슷비슷하다. 전략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중저가 제품도 마찬가지"라며 "제품 자체보다 제조사 브랜드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도드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전할 핵심 변수로는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스마트폰'(폴더블폰)이 꼽힌다. 이미 여러 제조사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히든카드로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폴더블폰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제조사가 삼성전자다. 회사는 폴더블폰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는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직 폴더블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