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동결된 공임 현실화 요구" 파업 농성 끝에 3000원 인상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자사 여성 슈즈 브랜드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들과 공임 인상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파업 사태를 맞았던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이 한숨을 돌렸다.
파업과 함께 노숙 농성을 벌였던 코오롱FnC의 '슈콤마보니' 구두를 만드는 하청업체 제화노동자들과 공임 3000원 인상안에 최종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15일 째 이어지던 파업도 끝났다. 제화노동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오르지 않았던 공임 인상과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8월 31일부터 서울 성동구 슈콤마보니 사무실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여왔다.
14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코오롱FnC 하청업체 3곳(로씨오·우리수제화·지브라)과 제화노동자들이 신발창과 굽을 만드는 '저부'와 신발 윗부분을 제작하는 '갑피' 공정에 대해 각 1500원 씩 총 3000원을 인상하는 안에 합의하며 파업을 끝냈다.
슈콤마보니 신발은 백화점에서 20만~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그동안 한 켤레 당 7000원을 받아 온 제화노동자들은 앞으로 8500원을 받게 됐다. 파업 기간 동안 제화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제화업계 '개수임금제'로 구두를 만드는 개수만큼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화공들은 지난 11일 코오롱FnC 규탄대회에서 "30∼40년 된 구두 장인들이 월 300만 원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해야 한다"며 "특히 슈콤마보니는 다른 구두에 비교해 독특한 디자인이 많아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대도 높은데도 공임은 턱없이 낮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 "코오롱FnC 본사가 납품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하청업체가 공임을 올릴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당시 코오롱FnC 관계자는 "이미 업계 최고 공임을 주고 있었지만, 당사도 제화 장인들의 처우 개선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며 "지난 7월 24일 하청업체·노조와 함께 공임을 2600원 인상하기로 하고 대화 중이었는데 갑자기 3000원 인상을 추가로 요구했다. 향후에도 근로감독관을 통해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임 인상안은 타결됐으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코오롱FnC 본사의 단체협약은 불발됐다. 이에 대해 코오롱FnC 측은 제화노동자들이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고 하청업체에 고용된 관계이므로 본사와 단체협약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수제화 브랜드 탠디의 제화노동자 파업 사태 이후 공임 인상과 처우 개선 요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제화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고용 불안정, 차별적 근로조건, 노동 3권의 제약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화노동자들은 모두 소사장제에 묶여 있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퇴직금과 4대보험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