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마이바흐 아닌 3천만 원대 기아차 K7 타고 경찰 출석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담철곤(63) 오리온그룹 회장이 회삿돈 200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7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 띄는 점은 담 회장이 국산 준대형차를 타고 왔다는 점이다. 담 회장의 기존 '애마'는 '회장님 차'로 유명한 독일 다임러그룹의 벤츠 '마이바흐'였기 때문에 차를 바꿔타고 온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담철곤 회장은 10일 오전 9시 37분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담 회장은 회삿돈 200억 원을 개인 별장 공사비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담 회장은 노타이의 편안한 정장 차림과 여유 있는 표정으로 조사실에 들어갔다. 그는 취재진에게 자신을 둘러싼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재계에서 '은둔형' 경영인으로 꼽히는 담철곤 회장은 지난 2011년 5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이후 외부활동으로 얼굴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취재진은 담철곤 회장이 7억 원 상당의 '애마' 마이바흐를 타고 출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차를 기다렸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세단인 'K7'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내렸다. K7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IG)'와 함께 실속형 패밀리카로 대중들의 선호도가 높은 차량이다.
K7은 법인차량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기업은 이사, 상무급 임원들에게 법인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상무급 임원에게 3000cc 이하·4000만 원 미만의 차량, 전무급 임원에게는 3500cc 이하·6000만 원 미만의 차량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배기량과 차 가격에 기준을 두고 있어 임원들이 선택 가능한 차종은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르노삼성 SM7, 쉐보레 임팔라 등이다. 담 회장이 이날 탄 K7의 경우 차 값이 2625만 원부터 시작하며 가장 비싼 모델이 4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 회사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은 일반적으로 최상위 모델을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한다. 더욱이 담철곤 회장은 그동안 세계 3대 명차 중 하나인 마이바흐를 이용해 왔다. 마이바흐는 영국 고급차 브랜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과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불린다.
국내에 소개된 '마이바흐 62 V12'는 12기통 엔진에 배기량 5513cc로 최대출력 551마력을 발휘한다. 차 값도 7억 원가량인데 어떤 옵션이 추가됐느냐에 따라 크게 오를 수 있다. 마이바흐가 비싼 이유는 전체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루 3대 정도만 만들어 계약하더라도 수개월이 지나야 차를 인수할 수 있다.
초호화 차를 타던 담철곤 회장이 K7을 타고 온 것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기존에 타던 차는 고장을 일으켜 입고된 상태다. 연식이 있다 보니 문제가 잦았다. 현재 담 회장은 K7과 카니발을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K7은 담 회장 본인 명의 차량"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담 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던 날 오리온 본사 주차장에는 마이바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담철곤 회장의 업무용 차량 변경을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해 국산 차량을 선택한 게 아닐까"라고 예상했다. 담 회장은 앞서 검찰 조사를 통해 사치스러운 생활이 드러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2011년 오리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면서 담철곤 회장 일가가 회삿돈으로 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셰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을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6년 오리온 전직 임원 J 씨는 담철곤 회장이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파텍필립'의 16억 원짜리 시계를 밀수하고 수천만 원짜리 와인을 별장에 쌓아두었다고 폭로해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