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인터넷은행, 연내 출범 어려울 듯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9월 정기국회로 안건이 넘어갔다. 당초 기대와 달리 '은산분리 완화'가 답보 상태를 이어가면서 제3인터넷은행 출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10월 중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어 세 번째 인터넷은행 인가 방안을 검토하고,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시장에서 세 번째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나설 기업으로 유력하게 보는 곳은 인터파크, SK텔레콤 등이다. 인터파크는 2015년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기업은행, 현대해상 등과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가 신청을 했지만,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인터파크는 지속적으로 재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SK텔레콤도 인터넷은행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SK텔레콤은 2001년 안랩 등과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했다가 은산분리 규제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하나금융그룹과 합작법인인 핀테크 기업 '핀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경쟁사인 KT가 케이뱅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자극제로 꼽힌다.
이와 함께 또 다른 통신사인 LG유플러스의 참여 가능성도 나온다. 경쟁사인 KT가 케이뱅크 주주인 데다 SK텔레콤도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LG유플러스도 고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LG유플러스가 아니더라도 2015년 당시 인터넷은행 설명회에 참가했던 LG CNS가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에서는 신한은행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신한은행은 현재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ICT 업체를 물색하는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는 우리은행, 카카오뱅크는 국민은행이 주주로 있는 만큼 신한은행 외에도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뒤를 이을 제3인터넷은행이 연내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다시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으면서 업계 안팎이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앞서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여야가 큰 틀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동의했지만, 지분 보유 완화 대상에 대한 견해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당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을 제외하고, 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 예외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ICT 기업만 허용하는 것은 '특혜'라며 대기업도 예외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은산분리 완화가 8월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면서 이번 달 정기국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하지만 여야 견해차가 큰 데다 여당에서는 대상과 상관없이 '은산분리 완화' 자체를 반대하는 의원도 있어 법안 통과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이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적극 나서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실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실권주가 발생해 새로운 주주를 찾거나 전환우선주로 취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초반 열풍을 일으켰지만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계를 이미 본 상황"이라며 "법안 통과 전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금의 한계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못할 경우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혁신'이 중요한데 은산분리 완화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뱅킹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사업자로 참여할 만한 이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