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규제 완화 놓고 택시·카풀 업계 입장차 점점 커져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카풀'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벌어진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시간·횟수 등 서비스 허용 범위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 카풀 서비스 진출을 목표로 했던 카카오 교통 전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3일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에 따르면 카풀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 논의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카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업체의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택시 업계와의 중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재 양측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추가 논의는 아직 예정돼 있지 않다.
당초 택시 업계는 택시종사자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했다. 이후 카풀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이어나가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문제는 운행 허용 범위였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카풀 서비스의 1일 2회 운행(출퇴근 시간) 허용 등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카풀 업체가 이를 거부했다"고 분개했다.
그런데 카풀 업계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시간·횟수 등을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은 중재안은 애초에 수용 가능한 중재안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카풀 업계 관계자는 "현재 출퇴근 시간에 유상 운송을 허용한 운수법 예외조항이 있다"며 " 산업을 좀더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논의를 하자는 건데 시간과 운행 횟수를 이렇게 제한적으로 설정한다면 달라지는 게 전혀 없다. 허용 범위가 너무 협소해 '무늬만 규제 완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카풀 업계가 24시간 무제한 서비스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중재안이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 "조금만 더 규제를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규제 완화 범위와 관련해 카풀 업계 관계자는 "이 부분을 택시 업계와 논의해나가고 싶은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직장인 근무 시간이 유연해져 출퇴근 시간을 특정할 수가 없다. 운행 가능 시간을 늘리는 게 타당하다. 또 1일 2회 횟수도 조금 더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입장 대립이 계속되는 사이 택시 업계가 기존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전국택시연합회)는 "카풀 합법화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며 투쟁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출퇴근 때 카풀을 일부 허용하던 운수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국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카풀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은 1994년에 생겼다. 당시 유가 폭등 우려에 '함께 타기' 운동이 일어나 이러한 예외조항이 생긴 것"이라며 "지금은 이러한 예외조항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 삭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9월은 예외조항 삭제 법안 통과에 집중할 계획으로 만약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 통과가 무산되면 다음 달에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인수한 카풀 업체 럭시를 통해 카풀 서비스 출시를 올 3분기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를 올 4분기로 잠정 연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업계를 설득해나가는 작업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택시 업계 눈치를 보고 갈등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카풀 운전자 모임 '카풀러' 측도 "정부에서 적극 나서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택시 업계가 강경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택시 승차난을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카풀 서비스 도입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무조건 반대'하면 택시 업계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택시 업계가 논의 없이 너무 강경하게만 나가면 고객 편의는 무시한 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같은 '기득권 이미지'는 택시 업계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