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의원·경실련 주최 'BMW 사태로 본 車 교환·환불 제도개선 토론회'
[더팩트|국회=이한림 기자] 국회에서 BMW 화재 사고와 관련한 소비자 보상 제도를 꼬집는 심도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논리를 펼친 가운데 '자동차관리법'의 모호한 기준이 문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해 배상과 관련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거나 '집단 소송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30일 오전 11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BMW 사태로 본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발제를 맡은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를 비롯해 박성용 한양여대 경영학과 교수, 성수현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 간사, 성승환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 겸 BMW화재 피해자모임 카페 운영자 및 BMW화재 공동소송 법률대리인, 김을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이상일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과장, 하성용 신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해당 토론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 교수가 발제한 후 성 간사부터 순서대로 황 교수까지 토론이 진행됐다. 사회는 좌장인 박 교수가 맡았다.
◆ 오길영 교수 "자동차관리법과 자기인증제도 개념 모호해"
오 교수는 "올해에만 41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BMW 뿐만 아니라 자동차 관련 보상 제도의 부실은 사회적 논란으로 쭉 있어 왔다"며 "여전히 많은 신고가 들어오고 있고 관련법들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 발제를 쓰게 된 이유다"고 서두를 열었다.
특히 오 교수는 "미국에서는 '하자'와 '결함'에 대한 정확한 분류가 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관리법 내에서 혼용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이 '종합선물세트'가 돼서는 안된다"며 관련 법에 대한 범주와 범용 용어의 모호함 등을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기 인증 제도'에 대한 환경 문제도 꼬집었다. 제조사에서 결함을 은폐할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간 100만여 대가 넘는 차를 정부의 2차 검토만 거쳐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자기 인증이 완료된 차량에 대한 2차 검사를 진행하는 '자기인증 적합조사'는 매년 100만 건에 육박하는 데 이를 조사하는 인력이 13명에 불과해 사실상 정밀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이후 제조사가 직접 안전 검사를 실시한 후 정부에 보고하는 형식의 자기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등 북미 쪽에서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대 급부인 '형식 승인 제도'는 가장 먼저 정부가 먼저 검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과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형식 승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국민보다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곳인 듯하다. '수타페' '유렌토 '녹렌저' 등의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끊임없는 하자가 속출해 왔으나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화재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하는 소방관처럼 대응해야 한다. 늦장 대처가 BMW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성실한 자기인증을 한 BMW도 문제일 수 있지만 이 부품의 제작결함조사를 제 때에 하지 못한 정부 책임도 있다"며 "또한 국회는 제조사 등 주체가 결함 은폐 등을 하지 못하도록 주먹구구식 대응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수현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 간사도 오 교수의 발제 내용에 공감하며 결함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점을 지적했다.
성 간사는 "결함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있는 게 의문이다"며 "(BMW 화재가) 언론보도 되고 전 국민이 다 아는 사건이 됐지만 여태껏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적정 조치를 받거나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 이번 기회에 모든 법제가 정비되서 소비자들의 안전을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레몬법을 예로 들며 관련 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면 같은 분야에 있는 것들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오 교수가) 레몬법과 같은 소비자보호법을 자동차관리법과 분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1년에 500건 정도가 입법되는 와중에 해당 법안이 새로 제정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자동차관리법과 소비자보호법을 통합하는 게 맞다고 본다. 레몬법을 자동차관리법에 넣는다면 '자동차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로 만드느냐 자동차관리법에 넣느냐로 갈리는데 법령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면 자동차관리법도 '주택법''도로법'처럼 '자동차법'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성승환 변호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반드시 도입해야"
네이버카페 'BMW화재 피해자모임'을 개설해 이달 29일에만 326명의 관련 집단 소송을 진행한 성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특히 성 변호사는 현장에서 소비자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격양된 목소리로 토론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성 변호사는 "6000만~7000만 원짜리 BMW 520d 차주들이 차 가격만 마련해준다고 소송을 안할까. 사고를 직접 겪은 당사자는 끔찍한 기억이 남아 있다"며 "생명·신체 피해에만 손해금액의 3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지만 최근 여야가 자동차관리법에 해당 제도 도입을 합의만 만큼 반드시 선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자 있는 제품을 보상해주는 제도인 '레몬법'에 BMW화재에 대한 사례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변호사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레몬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2017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BMW 화재 사건의 심각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자동차 하자심의위원회에 소비자 측의 반영 비율을 높임과 동시에 환불이나 교환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를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로 명확한 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도 성 변호사가 주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 소송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다만 집단 소송 제도는 조심스럽게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몬법 같은 소비자보호법이 집단 소송 제도 범주에 포함되면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듯 보인다.
황 교수는 "저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 제도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 두 법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며 "손해배상이 '재래식 무기'라면 집단소송은 '핵무기'다. 이에 레몬법과 같은 소비자보호법은 (자동차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와 제조사 입장 대변한 발언도 '눈길'
앞서 오 교수가 발제 중에 언급한 '자기인증적합조사' 조사원단 13명 중 1명인 이상일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 과장은 "국토부 내 관련 인력은 지원조사처가 13명, 정보분석처가 12명이다"며 "인력이 부족한 건 공감하고 있고 확충도 요청했다"며 "내년 예산에 10억 원 정도를 확보하면 전문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 정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믿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를 맡고 있는 김을겸 상무는 이날 토론에서 주로 제조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일부 토론자들은 김 상무의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 상무는 "소비자에 대한 교환환불 제도가 만들어지면 고의로 자차에 불을 낼 수도 있는 것도 우려된다"며 "또 화재 감식을 한 뒤 제작사에 통보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면 제작사 입장에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 현장 감식이 끝나면 곧바로 제작사에 알려줄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하성용 신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공학협회장)는 정부 기관의 범주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 교수는 "국토부가 있고 자동차국이 있고 교통안전공단이 있고 거기에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있다"며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안전공단 내에 하나의 부서로 존립하기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대단히 불합리하다"며 "100만 대 이상의 자료라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엔진을 전공한 내 자신도 자동차의 3만 개 부품을 전부 알지 못하는 데 이러한 프로세스에 대응할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주최를 맡은 윤관석 국토위 간사는 토론회를 시작할 때 인사말을 하고 9월 1일로 예고된 정기 국회 준비 관련 일정 상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 윤 간사의 보좌관이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토론회 시작 때 축사를 하기로 했던 박순자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장은 오 교수의 발제가 30분여 진행된 후 잠시 자리를 비웠던 윤 간사와 함께 들어왔다가 '늦은 축사'를 남겼다. 이후 다시 윤 간사와 함께 정기 국회 일정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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