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협회 "BMW 화재, EGR 아닌 전자제어장치 문제"

BMW 화재 원인이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된 전자제어장치(ECU)의 문제라는 주장이 소비자단체 사이에서 나왔다. 앞서 BMW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화재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지목한 바 있다. /더팩트 DB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된 전자제어장치 때문"

[더팩트|고은결 기자] 연달아 주행 중 화재 사고가 발생한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이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된 전자제어장치(ECU)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 원인이라고 밝힌 BMW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소송지원단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량 2대와 리콜 대상인 BMW 차량 4대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실험 결과 리콜 대상인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현상이 발견됐다.소송지원단은 바이브패스 밸브가 열리며 발생하는 뜨거운 배기온도가 EGR과 쿨러 등에 손상을 주고 화재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최대 500∼600도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평상시엔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리콜 대상 차량에서는 주행 중에도 열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BMW는 지난 6일 독일 본사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온 것이 화재의 근본 원인이지만, 차량의 주행거리가 굉장히 길고 장시간 주행했으며 바이패스 밸브가 열렸을 시에만 화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바이패스 밸브의 오작동이 직접적인 문제라고 밝히진 않았다.

소송지원단은 BMW가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바이패스 밸브가 위험한 수준까지 열리도록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교수는 " BMW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를 열 경우 화재 위험이 있는데도 ECU를 이처럼 위험하게 세팅한 것은 배출가스를 저감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를 주행 중 열면 탄력주행 거리가 증가하고 연소실의 온도가 높게 유지돼 산화질소가 저감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지원단은 결론적으로 BMW 리콜이 화재 원인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패스 밸브 작동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화재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소비자협회는 BMW 화재 피해자들을 모아 1인당 15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집단소송 참가자 모집을 시작해 1784명이 차량등록증을 접수했고 1359명과 계약했다.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차 소송을 제기하고 다음달 1일부터 2차 소송단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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