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사모펀드 5년' bhc, 매각 염두 노조탄압 논란 증폭하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가 노동조합 핵심 간부들을 대상으로 해외와 지방으로 인사발령을 내려 노조 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DB

bhc, 노조·가맹점주와 갈등 격화…매각 차질 우려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 bhc(비에이치씨)가 가맹점 갑질 논란에 이어 노동조합 탄압 의혹에 휩싸였다.

bhc가 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bhc노동조합(이하 '노조')의 설립 멤버인 핵심 간부들을 해외와 지방으로 발령내는 등 사실상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전체 직원 210여 명 중 조합원 숫자는 50%를 겨우 넘는 110여 명이다. 실제 이번 인사발령으로 노조가 구심점을 잃게 되면서 노사 단체교섭도 표류하고 있다.

bhc는 가맹점주들과도 소송전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와 가맹점주 반대로 매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각종 불협화음이 이어지면서 미국계 사모펀드가 주인인 bhc가 매각을 앞두고 오직 본사 덩치와 수익성 극대화만 추구해 매각 차익 실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외국어 못하는 노조 핵심간부 해외지사 발령…노조 탄압 의혹

29일 노조가 속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bhc는 지난달 22일 돌연 노조 교섭위원인 조 모 씨를 홍콩주재원으로 발령 냈다. 노조 핵심 간부를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해외로 인사발령내면서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실제 bhc는 최근 홍콩 몽콕에 직영 1호점 매장을 열고 테스트 영업을 시작했다. 조 씨는 해당 매장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영업 관리 직무를 하던 조 씨가 현지에서 언어 소통이 전혀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홍콩지사에는 조 씨와 임시 직원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조와해를 노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더팩트>에 "해외지사장으로 발령이 나서 마치 승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급여도 그대로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현지에서 집 계약도 하지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발령은 '노조 활동하면 해외로 보낸다'는 신호를 주는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hc 측은 능력이 출중한 직원을 보낸 것뿐 해외발령에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홍콩지점은 첫 해외진출이라서 테스트 매장의 성격이다. 직원이 능력이 없다면 몇 십 억을 투자한 매장에 보내겠느냐"며 "노조와해를 의도한 인사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외지부장인데 현지 언어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영업 등 운영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지사장 역할을 하므로 언어는 큰 상관이 없다. 현지에 디자인, 인테리어 등을 담당하는 다른 직원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의 판단은 달랐다. bhc의 인사발령 조치가 비조합원의 가입을 막고 핵심 간부들을 깨뜨려 노조를 와해하는 전형적인 노조탄압 방식이라는 것이다.

최강연 노무사(정의당 비상구)는 "노조 핵심 간부를 홍콩으로 보냈다는 것은 사실상 부당전직"이라며 "조합원과 비조합원에게 '누구라도 노조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아무 연고도 없는 해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압박용 카드인 셈"이라며 "형식적으로는 승진이지만, 실질적으론 노조 활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준 것이다. 이는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노동위에 부당전직 구제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bhc는 다른 교섭위원들에 대해서도 부당한 인사발령 조치를 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던 노조 사무국장이자 교섭위원인 김 모 씨에 대해서는 강원도로 전직 조치했다가 노동위 화해절차를 통해 다시 서울 근무로 재배치했다. 그러나 사측은 서울로 돌아온 김 씨 직책을 기존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했다.

또 다른 교섭위원 오 모 씨는 팀장에서 이사로 승진시켰다. 이사는 조합원 자격이 없어서 오 씨는 더이상 노조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노조 측은 회사가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낸 부당한 인사라고 보고 있다.

bhc의 부당노동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bhc는 단체교섭을 거부해오다 노동부 중재로 형식적으로 교섭에 임하는 도중 교섭위원들을 상대로 '노동조합원 활동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됐다. 이처럼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임하는 단체교섭 해태 역시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교섭은 헌법과 노조법에 정해진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사용자 측이 거부하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

아울러 노조 감시용으로 사무실 내 CCTV를 설치했다가 노동부 중재로 철거하기도 했다. 조합원이 많은 운영과 영업 부서에 지급되던 활동비는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6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의 지급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 방식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6개월 동안 1인당 700만 원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최강연 노무사는 "성과상여금의 일방적 삭감 조치는 임금체불로 신고할 수 있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 복리후생, 기타 노동조건에 대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bhc 행태는 '부당노동행위 종합세트'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bhc는 노조, 가맹점주들과 소송전에 휘말리며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가 주인인 bhc가 본사 덩치와 수익성 극대화만 추구해 매각 가치를 올리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박현종 bhc 회장(왼쪽)과 임금옥 bhc 대표이사. /더팩트DB

◆ bhc 사모펀드 5년, 매각 차익 극대화 몰두 잇단 잡음

bhc가 추후 매각을 겨냥한 기업가치 극대화에만 몰두하면서 각종 잡음이 커지고 있다. bhc 측이 노조탄압으로 물의를 빚는 가운데 업계에선 이를 매각을 포석에 둔 의도로 읽는 시각이 많다. 최대한 기업가치를 부풀려야하는 시기에 노조 반대로 매각 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 때문에 아예 노조를 와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bhc가 매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이 임박한 상황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를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bhc의 최대주주는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TRG(로하틴그룹‧The Rohatyn Group)다. 2013년 TRG가 BBQ로부터 bhc 지분 100%를 12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외국계 사모펀드 인수 후 bhc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집중하며 창고43, 불소식당,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을 사들였다.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이들 브랜드를 bhc 브랜드 아래로 통합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단행했다. 이로써 bhc는 총 5개의 외식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한 종합외식기업으로 도약했다.

외형 성장도 거듭했다. 지난 2013년 826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2391억 원으로 3배가량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40억 원에서 648억 원으로 4배 이상 늘면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bhc는 지난해 동종업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업계 1‧3위인 교촌치킨과 BBQ의 영업이익이 200억 원대인 것과 비교해 독보적인 수치다.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기업가치도 상승했다. 업계에선 bhc의 기업 가치를 TRG 인수 가격인 1200억 원의 5배에 달하는 50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덩치를 부풀린 bhc는 지난해부터 회사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는 투자 기간 5년 이상이 되면 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사모펀드 체제 5년에 들어선 bhc 매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다.

그러나 너무 높아진 몸값에 오히려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워진 딜레마에 빠졌다. 최저임금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때문에 수 천 억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들여 bhc를 사겠다는 국내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홍콩지점 설립 이유도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국내보단 해외에서 매수자를 찾기 위한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노조, 가맹점주들과 소송전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조는 bhc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광고비 횡령 등의 혐의로 bhc를 고발한 상태다.

앞서 진행 중인 모회사였던 BBQ와의 3000억 원대 규모 '제 살 깎아먹기' 식 소송전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것 역시 부담이다.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며 기업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어 bhc 매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맹점주들은 특히 외국계 사모펀드 재매각 가능성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단기 수익성 높이기에 주력하는 사모펀드 속성상 기업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투자는 외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맹점 사업의 영속성과 안정성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bhc는 지난해 TRG 산하 프랜차이즈서비스 아시아리미티드(FSA) 측에 거액의 배당금 840억 원을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점주들은 "점주의 노동 대가를 외국계 자본의 배당과 영업이익으로 빼가는 구조"라며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가맹점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데 반해 본사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bhc 측은 이를 사내 유보금으로 재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재투자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bhc 관계자는 "사내 유보금은 계속 가지고 있다. 재투자는 좋은 물건이 나와야 가능하다"며 "지난 4월 박현종 회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언급했듯이 좋은 가격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