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잡음·갈등 NO' 삼성·현대차·SK·LG 화합 이루는 '가족애'

범현대가는 매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사와 8월에 열리는 변중석 여사의 제사를 비롯해 총수 일가의 결혼식 등 집안 행사 때마다 집안의 어른인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매년 한자리에 모인다. /더팩트 DB

삼성·현대차·SK·LG '밀어주고 끌어주는' 가족 사랑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부모 자식 또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총수 일가의 그릇된 행동으로 촉발한 오너리스크에 이르기까지 재계에서 매년 크고 작은 잡음이 반복되는 가운데 삼성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SK,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에서 돈독한 '가족애'로 화합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범현대가는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고 변중석 여사의 11주기 기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에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변 여사의 제사를 지낸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범현대가는 매년 3월 정 명예회장의 제사와 8월에 열리는 변 여사의 제사를 비롯해 총수 일가의 결혼식 등 집안 행사 때마다 집안의 '어른'인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매년 한자리에 모인다.

지난 2016년 11월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딸 선아영 씨의 결혼식은 물론 지난해 6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의 결혼식과 같은 달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차녀 정영이 현대유엔아이 차장의 결혼식 때에도 범현대가 2, 3세들은 자리를 빛내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범현대가는 선대 때부터 가족 서열과 단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하나의 '가풍'으로 자리 잡았다"며 "권위적, 보수적이라는 개념이 아닌 집안의 조상과 어른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단합을 이뤄야 한다는 범현대가의 가풍은 명예회장 때부터 정몽구 회장으로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촌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임세준 기자

SK그룹은 돈독한 '형제애'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촌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돈독한 우애는 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지만, 사촌 간 화합 역시 이에 못지않다.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은 사촌 간으로 두 사람은 일가의 대소사 때마다 집안의 '대표'로서 주요 행사를 주관해왔다. 지난 2014년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기에 치러진 그의 차녀 민정 씨의 '제117기 사관후보생 임관식' 당시 최신원 회장은 '집안 맏형'으로써 동생의 빈자리를 채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도 형제간 의견을 공유하는 '형제경영'이 '부자경영' 형태로 전환할 때에도 조금의 잡음 없이 순조로웠다. 신뢰와 믿음을 토대로 한 형제간 협력은 오늘날까지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범LG가의 '형제경영'도 역사와 전통이 깊다. 지난 2003년 LG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LS·GS그룹의 계열 분리 이후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LG가의 룰'은 진행형이다.

우애로 다져진 범LG가의 경영 정신은 최근 4세 경영의 시대의 막을 올린 LG그룹의 승계 작업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6월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4세인 구광모 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로 이어지는 4세 경영체제의 첫발을 내디뎠다.

'구광모 체제'로의 전환 전까지 건강 악화로 일선에 나서지 못했던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대신에 그룹의 얼굴을 자처해 왔던 동생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구광모 체제' 전환이 확정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구본준 부회장이 선대부터 내려온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고, 조카인 구광모 신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체 없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4세 경영 체제의 돛을 올린 LG그룹은 형제 간 불화와 잡음 없이 4대에 걸쳐 장자승계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과 CJ는 최근 들어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관심이 쏠린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삼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의 수조 원대 상속 소송을 시발점으로 삼성과 CJ 두 그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나 지난 2014년 8월 범삼성가에서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남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화해의 물꼬를 텄다. 이후 CJ그룹이 지난 10일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박근희 전 삼성생명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분위기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이후 삼성 최고위급 인사가 CJ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사촌 관계이자 두 그룹의 수장인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사전 교감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