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악재 반사이익보다 업계 전반 소비자 불신 우려" 눈길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경쟁업체가 악재를 맞으면 해당 업계 내 다른 업체는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다른 대체품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최근 자동차업계에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MW 차량 화재가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행여나 자사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에 BMW 차량 뿐만 아니라 국산차인 한국지엠 말리부(6일), 현대자동차 에쿠스·아반떼, 르노삼성 SM5(이상 9일) 등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차량은 모두 전소 정도가 심해 원인 규명에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BMW를 포함한 국내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연일 '화재 사고의 늪'에 빠지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동시에 일부 누리꾼들을 '1일1불', '불자동차 나라' 등 해당 사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신조어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차량 주행 중 화재는 매년 발생하는 사고지만 최근들어 이 정도 였나 싶을 정도로 관심을 사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차량을 수입·제조·유통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업체들은 모두 "부담스럽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쟁사 악재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차량 화재와 관련된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이 사그러지길 바라는 모양새다.
한 국산차업체 관계자는 "차량이 전소되면 블랙박스도 같이 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 원인 감식과 조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으면 우리같은 경쟁사들은 반사이익보다는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주행 중 차량 화재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에 그동안 업계가 정확한 원인 파악 전에 차량 화재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BMW가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해 'EGR 결함'이라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정확한 원인 파악에 애를 먹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 불신이 날로 더해지는 듯하다. 하루빨리 해당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14일 오전 11시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BMW 차량 2만7246대에 대해 운행정지를 발표하자 업계의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BMW 차량 운행정지 결정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자동차관리법 제37조에 따라 점검명령과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해 줄 것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요청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적 강화·결함은폐·늑장 리콜 등에 대한 엄정한 처벌 등 자동차 안전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이 언급한 특정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명령은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조치로 업계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동시에 렌터카·카셰어링 등 업계 여름철 성수기와 맞물려 일반 차주들의 반발도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단순한 손해배상 수준을 넘어 형사 처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업체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이 발의되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토부도 여론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 조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화재 사고로 인해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 피로감도 상당한데 운행정지까지 받는다면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차량 판매율에 악재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하반기 차량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한 일부 업체들은 올해 목표치를 다시 설정해야할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