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조, 2년 만에 총파업 예고…"공감대 얻기 힘들 것" 지적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은행권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진행했던 모습. /더팩트 DB

금융 노조, 다음 달 총파업 가능할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 투표가 가결되면서 2년 만에 총파업이 진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 노조는 8일 '산별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3.1%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금융 노조는 7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33개 지부 10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9만3427명 중 7만6778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7만144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금융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건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나섰던 지난 2016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금융 노조는 9일 지부 대표자 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총파업 시기는 다음 달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노사는 지난 4월부터 산별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회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금융 노조는 사측에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일괄 도입 ▲정년 및 임금피크제 개선 ▲노동이사 선임 ▲양극화 해소 ▲국책금융기관 자율교섭 등 53개 항목에 대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일괄 도입과 정년 및 임금피크제 개시 연장이다.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지만, 은행권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1년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노조 측은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과 함께 특수직군 등 예외를 두지 말고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특수영업점이나 인사, 홍보, 투자 등 특수직군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년과 임금피크제 개시 시점을 두고도 견해차가 상당하다. 금융 노조는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3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시행 연령은 만 55세에서 만 58세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사실상 정년이 빨라진 만큼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일자리 창출과 비용 부담 등으로 정년 연장은 무리하다는 판단이다.

금융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더팩트 DB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 2016년 9월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과 이번 총파업을 바라보는 온도 차가 크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평가 기준이 모호한 데다 성과 압박으로 인해 금융권의 건전성과 안정성 등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비대면 채널 확대 등으로 은행권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정년 연장은 다소 무리한 요구라는 판단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5월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은행원을 두고 고액 연봉, 안정성 등의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근로 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비판 여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총파업 전까지 노사가 합의점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정서상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때도 90% 이상의 찬성률을 보였지만 참석률이 낮았는데, 이번에 많은 이들이 참석할지 의문"이라면서 "지난 총파업 때보다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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